방폐물 해수면보다 130m 낮은 사일로서 300년 영면
  • 김진규기자
방폐물 해수면보다 130m 낮은 사일로서 300년 영면
  • 김진규기자
  • 승인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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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본격 가동
▲ 지난해 9월 원자력환경공단이 한울원전에서 반입한 중저준위방폐물 1000드럼을 인수저장시설로 운반하기 위해 전용운박선박인 청정누리호에서 화물차로 하역하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김진규기자] [경북도민일보 = 김진규기자]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1.2m 두께의 콘크리트 사일로는 내부직경 23.6m, 높이 50m의 원통형 구조물이다.
 
사일로 바닥은 해수면보다 130m나 낮다. 외경이 30m나 되는 사일로 틀을 수직으로 파 내려간 공사는 처음이다. 정부가 국가적 숙원사업으로 진행해온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30년만에 준공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8월 28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준공식’을 갖고 방폐물의 본격 저장을 시작했다.
 
경주 방폐장은 1978년 원자력 도입 38년만에 확보한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로 에너지산업 역사에 남을 중요한 시설이다. 방폐장은 전체규모 80만 드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준공된 1단계 처분시설은 총사업비 1조5436억원이 투입돼 10만 드럼 규모의 동굴처분방식으로 건설됐다. 2단계 공사는 천 층 처분 방식으로 지을 계획이다. 현재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공청회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폐장 첫 가동
 영광원전 방폐물 1000드럼 첫 반입
 
준공 넉달 만인 그해 12월 22일 오전 12시 30분. 방사성 폐기물을 실은 25톤 하늘색 트럭이 방폐장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방폐물 전용 운반선박 ‘한진 청정누리호’다.
 
이 선박은 길이 78.6m, 폭 15.8m, 무게 2600톤급으로 국제기준보다 휠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건조됐다. 방폐물 적재용량은 최대 1000드럼이다. ‘청정누리호’는 이날 전남 영광 한빛원전 내 임시저장고에 보관됐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싣고 원전 물량장을 출항해 경주 방폐장까지 첫 해상운송에 나섰다. 배에 실은 방폐물은 1000드럼(1드럼 200ℓ).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30년 만에 방폐장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방폐물은 특수 제작된 운반용 컨테이너 125개에 8드럼씩 적재돼 청정누리호 화물칸에 선적됐다. 경주 방폐장과 인접한 월성 원전 물양장까지 운항 거리는 총 843㎞. 영해선 안쪽 항로를 따라 48시간이 소요된다. 방폐물 이송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해경이 근접 지원에 나서게 된다. 승무원 17명과 방사능 안전관리자 2명 등 총 20명이 승선하는 국내 첫 방폐물 전용 운반선 청정누리호는 최대 속도 12노트(시속 22.224㎞)다. 이 선박은 태풍과 해일 등 재난이 발생해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충돌방지 레이더, 이중선체, 이중엔진, 3중 차폐구조, 방사선 안전설비, 각종 소화설비, 위성통신, 기상정보 장치, 36시간 비상전원 공급장치 등 다중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국내 각 원전의 폐기물 임시 저장고는 평균 80% 넘게 방폐물이 차 있다. 12만드럼 분량이다. 국내 원전 24기에는 연간 2400드럼 분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
 
올해는 한빛, 고리, 한울, 월성 등 국내 4개 원전에서 6000드럼, 비원전지역 대전 등에서 1233드럼 등 총 7233드럼이 입고될 예정이다. 본보 기자가 경주 방폐장을 찾아 공단 관계자로부터 ‘폐기물 로드’를 들었다.
 
 △사일로 6개 10만드럼 저장
 
방폐장은 동굴 끝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는 저장고인 거대한 ‘사일로(siIo)’가 있다. 국내 원전에 임시 보관 중인 작업복, 장갑 등 중·저준위 방사성 페기물 12만드럼이 올해 5000드럼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옮겨진다.
 
1단계 방폐장인 이곳 처분장은 사일로가 총 6개 시설을 갖췄다.  사일로 1개에는 방폐물 1만6700드럼이 들어간다. 사일로 6개에 총 10만드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방사성폐기물은 반감기가 지나 자연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300년 동안 저장된다.
 
방폐물 수송과 관련, ‘한진 청정누리호’는 영광, 고리, 한울 등 경주 방폐장에서 멀리 떨어진 원전에서 폐기물을 실어 방폐장 인근 항구까지 안전하게 옮기는 임무를 맡는다.
 
이 선박은 해상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치추적시스템과 자동 충돌 예방장치, 방사선 감시시설 및 소방시설 등 첨단 장치를 갖췄다.
 
또 이중 엔진과 이중 선체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폐기물에도 안전장치를 한 겹 더 입힌다. 두꺼운 철로 제작된 특수 운반용기에 드럼을 8개씩 넣은 뒤 선박에 싣는다.
 
한진 청정누리호가 뭍에 닿으면 여기서부터 방폐장까지 4.7km 정도의 육상 이동이 시작된다. 폐기물 하역장인 ‘월성원전물양장’은 월성 원전과 붙어 있다. 폐기물이 이곳에 도착하면 크레인이 선박에서 특수 운반용기를 하나씩 꺼내 전용 운반트럭에 차곡차곡 쌓는다. 하역장에서 방폐장까지는 트럭으로 5~6분 거리로 짧지만 육로로 폐기물을 이동시킬 때는 최소 일주일 전 지역 주민에게 통보해야 한다.

▲ 아시아 최초의 동굴처분 방식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인 경주 방폐장이 지난해 9월 28일 준공됐다.(사진 위)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내빈들이 지하 80m에 위치한 저장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아래)

  △방폐물 지하 130m 사일로 저장
 
경주 방폐장에 도착한 방폐물은 방사능 누출 확인 절차부터 거쳤다. 남색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방사성핵종분석기, X선 검사설비 등을 동원해 방사능 농도와 표면 오염 여부 등을 정밀하게 검사했다. 검사가 끝나자 특수 운반용기에 담겨 있는 폐기물 드럼을 꺼내 두께 10cm 콘크리트 용기로 옮겨 담았다. 콘크리트 용기에는 드럼 16개를 한꺼번에 적재할 수 있다.
 

콘크리트 용기를 실은 트럭은 곧장 지하터널로 향했다. 트럭이 지나간 경로를 승합차로 따라갔다. 경사각 10도의 완만한 내리막길이 1.4km가량 이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았다. 승합차가 터널 끝에 도착하자 철제로 된 7m 높이 셔터 2개가 잇달아 열렸다. 폐기물 저장고인 사일로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일로는 개미집 같은 구조로, 가운데 통로를 두고 지름 23.6m, 높이 50m인 원통형 방이 양쪽으로 3개씩 총 6개가 늘어섰다. 트럭이 왼쪽 첫 번째 방인 ‘2번 사일로’ 앞에 멈춰 서자 높이 5m의 노란색 트롤리에 달린 초록색 그리퍼(크레인)가 서서히 움직여 콘크리트 용기를 들어올렸다.
 
콘크리트 용기는 지하 130m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인수운영팀장은 “사일로에 폐기물을 쌓는 작업은 컴퓨터로 조종한다”면서 “방폐장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오차를 줄이기 위해 실전처럼 연습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각 원전의 폐기물 임시 저장고는 평균 80% 이상 차 있다. 12만드럼 분량이다. 국내 원전 24기에서는 연간 2400드럼 분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
 
 △방폐장 지진 발생 위험 낮아
 
경주 방폐장은 2005년 용지 선정 때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하루 4000~5000t씩 흘러나오는 지하수는 막판까지 문제가 됐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은 대다수가 “방폐장 내부에 지하수가 스며들더라도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운영 승인을 허가했다.

공단측은 “방폐장이 지하수에 완전히 침수돼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새어나오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도 국민에게 돌아오는 방사선 피폭량은 현재 장비로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낮다”고 설명했다.
 
지진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주 방폐장에서 약 3km 떨어진 지역에 활성단층인 읍천단층이 있다”면서 “방폐장 안전 기준 범위인 1.6km 바깥인 만큼 지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 설계 진행
 
200리터 드럼 기준 총 80만 드럼 처분을 목표로 운영하고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현재 종합설계 중이다. 2019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3단계 이후 처분시설은 표층처분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기존 처분시설의 활용도 및 효율화를 감안해 추후에 시기를 결정한다.
 
현재 고리, 한빛, 한울원자력발전소의 임시 저장고에 보관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전용 운송선박과 트럭을 이용, 원자력환경공단 환경관리센터로 운반하며 인수/검사→ 영구처분→ 폐쇄의 과정을 거쳐 처분하고 이후 환경감시 및 부지감시를 통해 방사선 관리를 한다. 원전에서 원료로 사용하고 난 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장기간 많은 열과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 시한 최대 2028년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 내에서 습식저장·건식저장 등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으나 매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연간 약 700톤)로 인해 현재 저장용량 대비 70% 이상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원전 별 포화예상연도는 고리 2016년, 한빛 2019년, 한울 2021년, 신월성 2038년, 월성 2018년이며 저장조밀화, 호기 간 이송 등을 통해 포화예상연도를 미룰 수 있는 시한도 최대 2028년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과 준공에만 30년이 소요된 사례를 감안했을 때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처리 결정 시기와 방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해외에서 현재 영구처분장을 운영중인 국가는 없으며 1965년부터 10개국에서 26개의 지하연구시설을 운영중이다.

공단측은 인력양성, 부지 및 안전규제 기술개발, 기술축적을 위한 지하연구시설 건설 등 다각도의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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