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도 마음대로 못찾나…”
  • 경북도민일보
“내 돈도 마음대로 못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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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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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상호저축銀 가지급금 지급 첫날  
첫날 1인당 500만원 한도액 400명에만 지급
상당수 예금주 가지급금도 못받고 발길 돌려
 
 
 11일 오전 9시 30분, 부실경영으로 영업정지된 포항의 경북상호저축은행에는 가지급금을 받기 위한 서민들로 붐볐다.
 이날 1인당 500만원 한도액의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 예금주는 400명. 그러나 창구에는 돈을 받을려는 고객 수천명이 몰렸다.
 따라서 우선 순위의 순번표를 받지 못한 상당수 예금주들은 당장 돈이 급해도 다음날 순번표와 서류를 챙겨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 영세상인과 서민인 이들은 생활고와 함께 자신의 돈도 마음대로 찾을 수 없는 현실에 분통과 한숨을 내쉬었다.
 
 # 국민연금을 아껴 저축했다는 노인
 부인과 사별한 뒤 일정한 직업도 없이 혼자서 생활하는 이모(68·포항시 연일읍)씨.
 매월 13만원씩 받는 국민연금을 쪼개 2년 전부터 예금을 들어왔다는 이씨는 경북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이후 17일 동안 생활비 걱정으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손에 가진 돈은 없고 자녀들 형편도 어려워 손을 벌리기 뭐해서 집안에만 있었다”는 그는 이날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미처 가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보름넘게 기다렸는데 못받게 됐다”며 “내일은 일찍 와야지” 하며 힘겨운 걸음을 옮겼다.
 # 현금서비스 받아 자녀 학원비 냈다
 택시운전 기사인 박모(50·포항시 송도동)씨.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그는 700만원을 은행에 예금했다가 이번 일을 당했다.
 생활비도 부족했던 박씨는 학원비를 내야 한다는 자녀의 말에 갖고 있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 5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은행에 돈이 있다 해도 수중에 돈이 없으니 생활이 막막했다”며 “이번 일로 은행빚까지 져 분통이 터질 정도다”고 말했다.
 # 40년 선원생활로 어렵게 마련한 목돈
 포항시 동해면의 김모(70)씨. 40년 선원생활을 하며 두 아들을 분가시킬 때까지 틈틈이 모아둔 정기예금 1000만원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그는 돈을 찾지 못한 탓에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했다.
 김씨는 “은행 영업정지 이후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은행과 정부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예금주들은 “500만원 한도로 지급되는 가지급금만으로 수개월 간 생활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보험공사 배창식 관리인은 “은행에 수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했으나 개선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경영개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공사와 금감위는 이달 중 완료되는 재산실사와 다음 달 은행측이 제출예정인 경영정상화 계획을 검토해 은행의 파산유무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고정일기자 ko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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