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포항지역 건설노조는 이미 둘로 갈라진 상태다. 노조 단일화를 추진하는 집행부와 반대하는 전·현직반장협의회 어느 쪽이 다수표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노조운영의 주도권이 오갈 상황이다. 내홍(內紅)이 곪아터진 단계다. 불신은 돌이킬 수 없는 정도여서 진행 중인 푸표의 정당성 자체를 서로 의심하고 있는 지경이다.투표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타나든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사태의 진전에 따라서는 법정시비로까지 번질지도 모를 형편임이 감지된다.
두 세력 사이에 갈등의 골이 언제부터 깊어지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현상만 갖고 유추해보면 지난해 `83일 최장기파업’이 도화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현직 반장들은 노조지도부의 정치성향에 반감을 드러냈다. 노동 현안은 뒷전인 채 정치투쟁(집회·시위)현장으로 조합원들을 내몰면 결국 일자리만 잃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렇다 할 실익없이 끝난 지난해 파업 결과가 논거(論據)다. 그런가 하면 노조집행부는 상대 세력이 사측(使側)의 사주를 받아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정치판에서 흔히 말하는 `사쿠라 논쟁’의 조짐이 보이는 대목이다.
현상을 보면 투표이후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관심거리다. 주말 개표 약속을 깨고 84.7%나 되는 반대투표 결과를 미리 밝힌 여수지역노조와 연대를 유지하느냐는 문제가 당장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세력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여수노조를 제외할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투표 결과는 노조집행부의 진퇴가 걸린 문제다. 노조는 둘로 갈라졌고, 노조의 목표는 지향점을 찾지못한 상태에서 노동운동이 제길을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모든 현상은 지난해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밀어붙인 강경투쟁이 남긴 교훈이다. 노조의 요동 또한 시민의 뜻은 아니다. 노사가 더불어 살 자세를 갖춰야 제대로 된 힘이 나올 것 아닌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