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장 지진다’는 말
  • 정재모
‘손에 장 지진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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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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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장담(壯談)을 가볍게 뱉은 데 대해 사과해야 할지도 모르는 날이 밝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꺼내고 있는데, 관철시킨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다. 야당들은 지난 5일 탄핵을 발의했으며, 국회는 오늘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그걸 의결하게 된다. 가부간 결과에 관계없이 탄핵을 표결에 부치는 것만으로 이 대표가 말한 ‘야당의 탄핵 관철’의 단계가 완성되는 날인 거다.
세상에는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맞는다고 극단적으로 호언하는 사람이 있다. 그 말을 하면서, 만약 그 장담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흔히들 쓰는 말이 ‘손에 장을 지진다’이다. 그런데 이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손바닥(장;掌)을 인두 따위 뜨겁게 달궈진 쇠붙이로 지지는 걸 뜻한다는 설이 있다. 또 이정현 대표가 이 말을 뱉을 때 스스로 부연했듯이 펄펄 끓거나 조리고 있는 상태의 간장에다 손이나 손가락을 넣어 익힌다는 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쓰고 있을 뿐 아무런 유래나 근거, 원 출처는 물론 뜻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국어학자 조항범 교수(충북대)는 우리말의 잘못된 어원 50여개 표제를 풀이한 저서 ‘그런 우리말은 없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말은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에서 온 것이다. 손바닥에 간장을 붓고 손바닥 밑에 불을 땐다는 뜻이다. 그럴 때 그 손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손바닥으로는 간장을 끓여 낼 수 없을 뿐더러 손바닥을 솥 삼아 간장을 끓인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는 바로 그 큰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전 인터넷에선 한동안 이정현 대표가 손에 장을 지져야 할 거라고 압박(?)하는 네티즌의 섬뜩한 글이 떠돌아 다녔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관행적으로 쉽게 써온 말이라지만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말만이 아니라 자기를 너무 강하게 믿는 확신도 위험하다. 자기만 옳고 남은 틀렸다고 목에 핏대 세우는 일, 살아가면서 피해야 할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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