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니나노 7시간’
  • 김용언
성주 ‘니나노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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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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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니나노’라고 하면 질펀한 술판이 당장 떠오른다. 서울민요 ‘늴리리 타령’과 태평가의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얼씨구나 좋다…’에서 따낸 말이라고 한다. 니나노는 어원이야 어찌 됐건 술집의 젓가락 장단과 인연을 맺은 말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현기영의 ‘아내와 개오동’에 용례가 나온다. “ 석규도 전에 그런 공장데기 출신 작부(酌婦)를 독립문 근처 어떤 니나노집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술은 마시면 취하게 마련이다. 앉은 자리에서 말술을 마셨다는 호주가의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오지만 그건 특수한 사람일 뿐이다. 보통사람이  그런 방법으로 술을 마시다간 저승길이 훤히 보일 판이다. 그래서 홀짝홀짝 마신다지만 가랑비에도 옷은 젖게 마련이다. 주량이 임계치에 이르면 고주망태는 정해진 순서다. “밭다랑 논다랑은커녕/ 제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할 땅 없는/ 떠돌이 막일꾼에 고주망태 선달이는 / 막걸리 반사발에 개떡 같은/ 개떡만도 못한 제 주권일랑 팔아넘겼다네/ 덕망으로 골골이 자자한 양조장집 주인에게.” <김남주 - 대통령이 친애하는>

성주에서 지난 6일 술탈이 났다. 성주군 간부와 성주군의원 30명이 술판을 벌였다. 점심 자리에서 거나해진 이들은 ‘2차’ ‘3차’를 거듭하며 ‘폭탄주’와 노래를 즐긴 모양이다. 점심 반주가 저녁까지 이어진 꼴이니 7시간은 걸린 꼴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간부는 민원인들 앞에서 추태를 부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고주망태의 전형을 보인 꼴이다.
7시간 동안 떼로 몰려다니며 마셔댄 술값은 누가 냈을까? 개인 지갑을 턴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혈세다. 자칫하면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란 춘향전의 한 대목이 터져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성주는 그러잖아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아픔을 겪은 고장이다. 지도층 인사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니나노 7시간’을 즐길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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