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酉年 새해 기획시리즈… 새벽을 여는 사람들
3. 첫 차 타는 사람들
3. 첫 차 타는 사람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버스를 타는 모든 승객들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올해로 7년째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다는 130번 버스기사 홍현동(55) 씨의 말이다.
4일 오전 5시 20분 포항시 북구 양덕동 버스 차고지.
칠흙같은 어둠 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하나 둘 차고지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버스비를 받는 통과 거스름돈을 주는 기계를 챙긴 기사들은 새벽 찬 공기에 옷깃을 여미고 버스로 빠르게 걸어갔다.
오전 5시30분 홍 씨가 운전하는 130번 1318호 버스가 양덕 차고지를 출발했다.
새벽 운전이 힘들법한데도 그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쳤다.
그는 “새벽운전은 내게 일상이 됐기에 힘들지 않다. 나이든 어르신부터 학생까지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많은 승객들을 보며 삶에 대한 숭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업체에서 청소일을 하는 김모(59) 씨는 “아들 둘 다 대학생이라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렇게 돈 벌기 어려운 시대에 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공시생 이모(26) 씨는 잠을 쫓기 어려운 듯 연신 고개짓을 했다. 그는 “대학 졸업반이 됐는데 취업이 어려워 고민 끝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한 번에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났을까. 버스에는 10여명이 넘는 승객들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영일대해수욕장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박모(43) 씨는 대리운전기사로 일 하나를 마치고 다른 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음식점을 하다 불황으로 문을 닫고 빚을 떠안게 되면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는 그는 “사랑하는 딸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올해는 나 같은 서민들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벽 첫 차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다.
자식 걱정에 시름이 깊은 우리네 어머니와 취업난에 고달픈 청년, 밥벌이의 무게로 고단한 가장까지. 그럼에도 그들은 삶에 대한 희망찬 의지로 새벽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정유년 서민들의 희망을 품은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