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화와 조화가 어울리는 우주를 닮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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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화와 조화가 어울리는 우주를 닮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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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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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후기 인상주의 음악의 거장 구스타프 홀스트 Gustav Holst (1874~1934)

 경상북도 영천시 보현산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문대가 있다. 영천시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천문 시설을 만들어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천문대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필자 역시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들이 별을 관측하는 것을 좋아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천문대를 방문 한다.
 영천 천문대에 가면 전문 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계절별로 관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별, 행성, 성운, 은하 등을 해설과 더불어 고가의 천체 망원경으로 쉽게 관찰 및 체험을 할 수 있다. 밤하늘의 별과 재미있는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신기함에 흠뻑 매료될 수밖에 없다.
 밤하늘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면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별들이 그냥 정돈 없이 막 흩뿌려 조화롭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별과 별은 그들만의 법칙 속에서 서로 정돈된 아름다운 빛을 주고 있다.
 천문대 해설사 선생님은 “별을 관측하려고 밤하늘을 보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그냥 사라진다!”며 “하늘을 보는 것은 ‘힐링‘이다”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있다.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천문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음악 장르가 있는데 귀로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닌 조화롭지 않으면서도 불규칙적인 화성을 사용하여 어울릴 것 같지 않는 화성의 특징을 잘 살려 아름다운 힐링의 음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음악들이 있다.
 이것은 지난기고에 이어서 인상주의 음악이라는 장르의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미술적 개념을 음악에 접목시켜 만든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후기 인상주의 음악 거장 영국의 작곡자 ‘구스타프 홀스트’와 그의 음악 ‘행성’을 소개해본다.
 

 △구스타프 홀스트 (Gustav Holst)
 구스타프 홀스트는 영국 태생으로 20세기 초반 영국의 음악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창조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위대한 작곡가이자 교육자였으며 또한 훌륭한 인성을 지녔던 사람이었다.
 홀스트의 집안은 음악가 집안으로 홀스트는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음악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며 12세부터 작곡활동을 한 음악영재였다. 그의 아버지는 피아니스트로 아들을 성공시키려 했지만 오른손 신경염으로 인해 홀스트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트롬본 연주와 작곡을 전문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영국 런던 왕립음악학원에서 전문 작곡공부를 했고 그곳에서 그의 음악평생에 영향을 준 ‘본 윌리엄스’를 만나 영국 전통음악의 요소들을 재조명 하고 혼합하여 자기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창조하게 된다.
 1903년부터 그는 제임스 알렌 여학교와 대학에서 지휘와 음악교육 지도자로 활동했다. 음악교육자의 삶으로 인해 그는 여느 유명 작곡자들과는 다르게 힘겹게 작곡했지만, 대표 작품 ‘행성’을 통해 그는 단숨에 영국역사에 길이 남을 작곡가가 되었다. 그러나 1934년 빈번한 병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곡활동을 하였던 홀스트는 수술받은지 이틀만인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행성, 스타워즈의 원조 음악
 홀스트는 친구이자 언론인이었던 클리포드 박사로부터 1913년 봄에 점성술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행성모음곡을 작곡하였다. 그는 행성을 작곡하기 이전에 인도철학, 산스크리트어, 그리고 유럽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동양적인 선율에 심취해있었다. 이러한 그의 특이한 성향이 대규모 관현악곡의 작품으로 만들어져 100년 전의 우주, 즉 오늘날과 비교하여도 손색없는 그의 음악은 신비롭고 무한한 음악의 우주를 만들었다.
 제1곡 화성, 화성(Mars)은 로마 신화에서 전쟁의 신이다. 집요하게 되풀이되는 리듬이 서로 다른 세 개의 주제로 연주되는 호쾌한 곡이다. 얼핏 감상해보면 영화 스타워즈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재미난 곡인데 알고 보면 영화 스타워즈 작곡자 존 윌리엄스가 1번곡 화성에서 영감을 받아 스타워즈의 음악을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절정부분의 음악을 잘 들어보면 강렬한 연타 후에 천둥 같은 요란한 소리로 마무리되는 것이 스타워즈 원조임을 실감케한다.

 제2곡 금성, 평화의 신, 금성(Venus)은 사랑의 여신이자 평화와 온화함을 연상하게 하는 여신의 느낌을 갖게 한다. 악보를 들여다보면 화성과 리듬, 속도 등이 현란하고 복잡하게 표현되어있지만 보이는 악보와는 달리 음악은 여신답게 정말 우아하다.
 제3곡 수성, 날개 달린 사신, 수성(Mercury)은 로마 신화에서의 메르쿠리우스(Mercurius)의 영어식 이름이다.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하늘을 날려 종을 울리며 기쁜 소식을 전한다. 음악을 잘 감상해 보면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4곡 목성, 쾌락의 신, 목성(Jupiter)은 로마 신화의 최고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라는 ‘유피테르’(Iuppiter)의 영어식 이름이다. 행성의 7곡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구성의 변화가 많다. ‘목성’은 곡의 제목처럼 듣는 순간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이 바로 연상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OST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인데 금관악기인 호른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음악 곳곳에서 환희에 찬 멜로디가 관객들에게 심금을 울린다.
 특히 제4곡 목성은 우리나라 1980년대 MBC 9시뉴스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음악이다. 잠시 시간이 있다면 유투브에 ‘홀스트 목성’을 검색해보자! 첫 선율부터 “아~이 음악이 그 음악이구나!” 할 것이다. 그리고 이곡의 중간에 찬가처럼 나오는 영국 민요풍 선율도 한번만 들어도 쉽게 매료될 것이다.
 제5곡 토성, 황혼의 신, 토성(Saturn)은 시간과 농업의 신이자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와 같은 ’사투르누스(Saturnus)‘의 영어식 이름이다. 노년의 쇠약과 절망을 느낄 수 있고 때로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우울함과 공허함은 마치 우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별을 연상케 한다.
 제6곡 천왕성, 마술의 신, 천왕성(Uranus)은 가이아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주피터(제우스)와 대립하는 하늘의 신이다. 목관악기군의 저음을 소리 내는 바순의 연주가 마술적인 분위기를 한껏 만들어내는데 잘 감상해보면 뒤카(Paul Dukas)의 명곡 ‘마법사의 제자’와 닮아있다.
 제7곡 해왕성, 신비의 신, 해왕성(Neptune)은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이라 부르며 넵투누스(Nept?nus)의 영어식 이름이다. 신비스러운 하프의 선율, 멀리서 들려오는 가사가 없는 여성합창은 우주의 신비를 더해준다. 신비로운 노래를 부르며 사라지는 여성합창은 우리 태양계를 떠나 미지의 세계로 끝없는 여행을 하는 보이저1.2호를 생각하게 한다.

 △우주시대의 힐링
 이 ‘행성’ 모음곡은 홀스트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천문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1960년대 후반 냉전 시대 때 미국과 구소련의 치열한 우주경쟁이 이 작품을 세계명곡 반열에 오르게 하였다.
 불협화음이란 단어가 처음 만들어지고 사용된 것은 클래식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화성학은 작곡을 하거나 편곡을 할 때에 매우 중요한 수학 같은 법칙이다. 화음은 잘 쌓아 만들어야 음악의 기본이 된다. 반대로 ‘불협화음’은 동시에 울리는 둘 이상의 음이 서로 충돌하여 어울리지 않는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음을 말한다.
 어떤 조직에서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좋은 평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포용과 화합을 미덕으로 삼는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는 불협화음은 분명히 불편한 표현임에는 틀림없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낳은 미래를 위한 첫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비상식과 불편함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도처에 있다. 애써 이런 문제를 피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역 발상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사는 세상이 아름답고, 부조화와 조화가 어울리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홀스트의 행성을 감상하며 밤하늘의 조화로운 우주 음악세계에 빠져보자. 가끔씩은 하늘을 보며 별을 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자! 수많은 별빛의 아름다움처럼 여러분의 인생은 누군가에게 늘 빛나는 아름다운 밤하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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