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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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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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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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언론인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한국 사회에 아직도 고질병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한때 이를 `한국병’이라 부르기도 했다.
 과거 문민정부를 비롯, 역대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한국병’을 바로 잡겠다고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한국병’ 특유의 만성적인 병폐가 여전히 국가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연, 학연, 혈연으로 연결된 인맥 고리, 공직사회 부패와 비리, 정파적 후진 정치와 패거리 문화, 편의주의 행정과 인치(人治)주의, 상업성 언론 등 열거하려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최근 학력 위조로 불거진 `신정아 스캔들’도 한국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낸 구체적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원칙은 온데간데 없고 상황에 따라 원칙이 바뀌고 잣대가 고무줄 늘어나 듯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모든 원칙과 법이 만인에게 공정하고 투명하며 예외 없이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회가 선진사회다.
 민주주의와 선진사회가 법치주의를 최우선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원칙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분야를 손 꼽으라 하면 정치를 빠뜨릴 수 없다.
 정치 논리라는 명분으로, 그리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원칙을 그럴 듯하게 재포장해 당리당략에 따라 바꾸는 사례가 우리 정치에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원칙 없는 사회를 상징하는 희화적 표현이다.
 정치에서 원칙이 무너지면 자기가 속한 당파나 정당에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다른 정파나 집단에는 한없이 무자비한 양극화 현상이 빚어진다.
 원칙과 법칙에 관한 양극화 현상이 초래되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대신 그 자리를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메꾸게 된다.
 바로 그런 현상이 후진 정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원칙을 지키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것을 원칙을 피하려 드니까 논란이 일고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이다.
 최근 정치판에서 가장 도드라진 원칙 일탈현상은 열린우리당의 해체 과정에서 보여준 범여권 철새 정치인들의 행태였다.
 작금에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이규용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위장 전입 문제도 국민을 씁쓰름하게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전혀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은 이 장관 내정자의 위장 전입을 결격 사유라면서 지명 철회를 청와대 측에 요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논평조차 내지 않고 묵시적으로 넘어가려는 태세다.
 청와대는 “위장 전입 1건만 있어도 장관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에서 벗어나 “자녀 취학 목적의 위장 전입은 중대 결격 사유가 아니다”라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문제를 원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가 짙게 묻어 있다.
 오는 11월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정상명 검찰총장의 후임 임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원칙과 법에 따라 바르고 투명하게 후임 총장 임명 문제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현안을 원칙대로 처리하려면 만사에 반드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인사 문제의 경우, 이 사람에게는 원칙을 적용하고 저 사람에게는 원칙을 거둬들이고, 이 자리에는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고 저 자리에는 원칙의 잣대를 거둬들인다면 나라에 영(令)이 설 수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위에서 원칙을 지켜야 아래서도 원칙을 따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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