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공노할 새빨간 거짓말
  • 경북도민일보
천인공노할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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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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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자 김영남 씨와 가족들의 상봉은 28년동안 생사조차 알수 없었던 아들과 노모의 만남이라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그러나 김 씨의 상봉 장면을 결코 감동만으로 볼수 없는 이유는 북한이 고등학생이던 김 씨를 납치하고도 “북한에 피랍자는 없다”고 박박 우기다, 김 씨가 마치 `자진월북` 한 것처럼 포장해 내보낸 작태가 너무도 가증스럽기 때문이다.
 1978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 씨가 28년만에 머리 벗겨진 중년의 모습으로, 그리고 일본인 납북자 메구미에 이어 북한여성과 재혼해 각각 낳은 자식들과 나타난 그의 처지는 북한이라는 범죄집단에 의해 어떻게 개인과 가족이 파괴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다. 납치를 납치라고 말 못하고 북한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김 씨, 그리고 북한을 자극할까 입을 다문 가족들이 너무도 딱하다.
 북한은 김 씨와 그 가족을 상봉장에 내보내 김 씨 납치를 `월북’으로 포장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김 씨의 부인 일본인 메구미 씨의 사망을 일본과 세계에 공언하려는 음험한 시도가 명백해졌다. 암흑세계에서 28년동안 강제로 가족과 생이별했으면서도  “잘 살고 있다”는 말만 되뇌인 김 씨를 보는 우리들의 가슴은 찢어질 듯 하다.
 김 씨는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다. 노년의 모친을 만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김 씨와 같은 시기, 비슷한 장소에서 납치된 다른 학생 4명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또 신원이 확인된 납북자와 국군포로만 각각 489명과 1743명이다. 결국 김영남 씨는 2000명이 넘는 납북-국군포로 가운데 1명일 뿐이다.
 북한은 더 이상 인륜을 체제 유지를 위한 쇼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김 씨 같은 납북자를 이산가족으로 치부해 상봉으로 얼버무리려는 북한 의도에 말려들면 안된다. 만약 정부까지 이런 장단에 넘어가면 그건 인륜에 대해 함께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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