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는 기후변화에 대한 방정식을 풀던 중 소수점 셋째짜리 미만을 생략했다. 미세한 수치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기후예측과 실제결과는 너무 달랐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처음부터 다시 계산과정을 검토하던 중에 소수점 셋째자리 미만을 생략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시해도 될 만큼의 작은 수치가 오차를 발생시켜 또 다른 큰 오차를 유발하는 연쇄작용을 일으켜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나 증폭되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가’라는 이 가설은 미세한 차이가 나중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역적 성립으로 ‘나비효과’라고 명명되었으며 카오스 이론의 시발점이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되었다.

영화에서 보여주듯 나비 효과가 던져주는 큰 울림은 ‘지금 행하는 사소한 행위나 선택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속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을 보고 듣는다. 어떤 청년이 테니스 연습장에서 중년의 초보아저씨에게 가끔씩 테니스를 가르쳐주는 작은 친절을 베풀었다. 몇 개월 후 취업면접을 보러갔는데 테니스장의 그 아저씨가 면접관으로 앉아서 빙그레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더란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던 사람이 운전 중에 접촉사고가 났다. 상대방 운전자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보상해주겠다고 했지만 왜소하고 초라한 노인이었기에 더욱 매몰찬 말로 모욕을 주며 노인을 나무랐다. 나중에 납품영업을 위해 주요거래처에 들렀는데 그 노인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거래처 사장의 아버님이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사업 확장에 큰 낭패를 겪었다. “그때 상대방 운전자가 젊고 우락부락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라며 그는 두고두고 그 일을 후회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소한 행동 하나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생전체의 판도를 바꾸어 버리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입동이 지나고 지는 낙엽에 나뭇가지들이 점점 앙상해져간다. 추위가 오려는지 바람도 거세어진다. 이제 몇 개월 동안 내내 찬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겨울에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푸른 잎 무성한 여름에 강풍이 몰아닥치면 거목도 넘어진다. 나뭇잎 한 잎은 미약하지만 수천수만의 나뭇잎이 합쳐진 힘은 그토록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성공적인 삶 또한 조그마한 작은 일들이 집약되고 누적된 결과이다. 작은 노력, 작은 절약, 작은 친절, 작은 봉사, 작은 도움, 작은 신의, 작은 사랑, 작은 실천은 폭풍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게 하는 인생의 깊은 뿌리가 된다. 이루어진 큰일은 작은 것으로부터 확대 재생산되어 얻어지는 결과인 것이다.

실패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은 나태, 사소한 나쁜 습관이나 말투, 작은 거짓, 작은 불평, 작은 불성실, 작은 양심불량, 잦은 다툼 등이 자라 인생이라는 나뭇가지마다 무성해지면 언젠가는 삶 전체를 넘어뜨린다. 이러한 것들은 조금씩 누적되면서 우리가 느끼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삶을 갉아먹으며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소한 일상들의 연속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일은 한순간의 도약이나 비약이 아니라 조그마한 변화로 시작된다.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가이다. 내면의 태도를 바꾸면 삶의 외면도 달라진다. 조그만 생각의 변화, 혹은 사소한 일상에 대한 끈질긴 개선, 타인에게 심어주는 긍정적인 인상은 인간관계와 주변 환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뿐만 아니라 성공의 토대가 된다.

작은 일들에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작은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더 향상된 길로 나아갈 수 없다. 한 세상 무난하게 살아내는 원리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것에 있지 않다. 작은 것에 충실하면 대개 큰 것들은 절로 이루어진다. 나비의 날갯짓 같은 일상의 작은 부분들에 성실하라.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