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환자, 골절 위험성 24% 더 높다”

장에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골절이나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인데, 이 질환의 환자들이 장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 비타민D와 칼슘 대사에 장애가 생겨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서울아산병원은 해당 병원 내분비내과 김범준 교수, 소화기내과 박상형 교수·안형진 전문의, 의학통계학과 김예지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골절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2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골절 위험 연구는 대부분 서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국내 환자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골절 위험을 분석한 첫 대규모 연구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에서 새롭게 진단 받은 1만 8000여 명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과 나이, 성별로 짝을 지은 18만여 명의 골절 위험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대조군에 비해 척추 골절과 고관절 골절 등 주요 골절 위험성이 약 24% 높았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은 환자들의 경우 골절 위험성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약 37% 증가했다. 연구팀은 스테로이드가 골밀도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골절 위험성을 더욱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염증성 장질환 중 크론병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투약 여부와 상관없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약 56~62%의 골절 위험성 증가를 보였다. 크론병은 주로 소장과 대장 연결 부위인 회맹부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회맹부는 비타민D의 흡수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연구팀은 회맹부에 생긴 염증이 비타민D 결핍으로 이어져 스테로이드를 투약하지 않았음에도 골절 위험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보았다.

박상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골다공증 및 골절 예방 필요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에서 확인된 것처럼 염증성 장질환은 비타민D와 칼슘 대사에 장애를 일으켜 골절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진단 초기부터 골다공증 및 골절을 예방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임상 소화기병학 및 간장학’ 온라인판에 최근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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