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해법, 장기적 관점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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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해법, 장기적 관점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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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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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보장할 수 있는가?”

일본 정치가나 학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의문점이다. 일본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하단 점에시 ‘지금이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엔 ‘한국 정권에 따라 반일 정서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란 불신이 여전하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이 윤석열 정부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일본은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골 포스트를 옮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난해왔다. 한국의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반일 정서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국 불신은 문재인 정부 시기 극도에 달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마저 악화시켰다. 그 결과, 최근엔 한국의 도덕적 정당성마저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오히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었다고 착각할 정도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이 일본 정치권의 상식으로 정착되면서 ‘한국과는 절대로 타협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일본 상황을 생각하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호응’ 조치가 우리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으로부 배상금 지급 명령을 받은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기부는 어렵다는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당연할 것으로 전망했던 민간 기업의 재단 기부조차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제강제동원’이란 재단 명칭에 일본 기업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처럼 정치적 기반이 단단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자민당 내 우파 세력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양보할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정상회담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이 호응 조치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 한일관계, 국제관계를 고려한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는 건 불가능하다. 강제징용 문제는 국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일본과의 교섭에서 성과를 내는 단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조치가 코앞인 상황에서 ‘안 되면 말고 식으로 교섭’을 할 수 없다는 데 한국 정부의 고민이 있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미일 협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정책과도 연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 대외전략과도 관련된 중요 의제다. 북한 문제, 중국 문제, 공급망 재편성 등 국제 현안이 가중된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 강제징용 문제를 장기적이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불충분하다고 해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과거사 문제를 화해로 이끌어내는 신뢰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강제징용 해법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강제징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원칙론을 내세우면서도 결국 피해자들이 원하는 해법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게 했다. 물론 당시 일본 아베의 잘못된 행동을 탓해야 하겠지만, 이젠 원칙론만으로 한일관계를 풀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은 원칙에만 몰두하기보다 국제관계의 흐름에서 국익을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프랑스와 독일의 예를 보더라도 화해의 길엔 용기가 필요하다.

둘째, 일제 식민지 시대 피해자들을 위해 총제적 해법을 생각할 시기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민간협의회와 공개토론회를 통해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 국민에게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즉,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 문제 해법을 ‘외교적 타협’으로 강행했던 지난날과 달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평가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의 불만은 해소된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은 현금화 조치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끝나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따라서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만드는 데 대해서도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원고 15명으로 끝나지 않고 이미 많은 피해자들이 연이어 제소하고 있다. 따라서 이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시기다. 윤석열 정부는 점을 명심해 입법부와 함께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내 화해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일 간 신뢰를 증진시켜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해서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다고 해도 한일관계 개선이 곧바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특히 강제징용 해법에 관한 일본의 호응 조치가 불충분할 때 한국 내 불만은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역사의 화해를 위한 한국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다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주장을 집요하게 이어갈 게 아니라 방법론을 바꿔야 한다. 미래세대 교류를 활성화해 한일 간 신뢰 인프라를 확대하는 작업이 우선해야 한다.

또 당장 할 수 있는 손쉬운 협력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 일본의 신뢰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한국의 도덕적 주장을 인정할 때 한일 양국의 진정한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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