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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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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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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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市場)은 자기 물건으로 자기가 갖지 않은 필요한 물건과 바꾸는 곳이다. 이곳의 질서를 다스리는 벼슬이 유사(有司)다. 한 천한 사나이가 시장의 유사를 맡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만이 높은 언덕(농단;壟斷)에 올라 좌우를 살펴 이익을 독점했다. 사람들은 다 그것을 천하게 생각했다.” 맹자가 어느 날 제(齊)나라를 떠나면서 선왕(宣王)에게 간접으로 들려준 한 마디 치세의 금언으로, 맹자 공손추장(公孫丑章)에 나오는 말이다.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 본래 뜻이고,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로 전의(轉義)되어 쓰이는 말 농단(壟斷)은 여기서 유래한다. 이 말은 홀로 쓰일 때보다 앞에 `국정’이란 말이 얹힐 때 더 낯익다. 지나간 몇 차례의 정권 시절, 실세니 386세대니 하는 젊은 국정참여그룹들의 잘못된 위정 사례들에서 `국정농단’과 같은 말들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지정 예정지로 포항시 흥해읍 대련리 일원을 추가하는 계획이 공식발표되기 전부터 부동산 업계에서 먼저 알고 있었던 듯하다고 한다. 계획 발표 한 보름 이전부터 거래가 많아지고 땅값이 치솟아 계획 사전유출과 부동산 투기의혹이 짙게 배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추가 지정 계획은 포항시와 경북도가 수립하고 추진했을 거다. 의혹이 눈길이 가는 곳도 그만큼 한정되어 있다. 관청의 도시개발 계획은 그 자체가 커다란 투기정보가 된다.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는 공무원에게는 업무와 관련해 취득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준수가 더욱 엄격히 요구되는 것이다. 만약에 그걸 저버린다면 이야말로 높은 언덕에 올라 시장상황을 혼자만 훤히 내려다보며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떼돈을 버는 춘추전국시대의 저 천박한 사나이와 무엇이 다르랴. 국정농단만이 아니라 이제 `도정농단’과 `시정농단’도 말이 되는 시대인가.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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