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거의 심장부에 위치한 인구 약 190만의 코소보는 인구 구성에서 알바니아계가 95%다. 종교도 이슬람이 그 정도 비중이다. 알바니아와 사실상 정체성이 같고 통합 여론도 강하다. 알바니아 정부의 영향력도 크다. 이동의 자유로 경제는 사실상 통합되어있다.
그런데 북부에 기독교(동방정교)계 세르비아인들이 산다. 코소보 북쪽에 있는 세르비아는 기독교 국가다. 문제는 세르비아가 코소보 북부를 민족의 발상지, 성지로 여긴다는 점이다. 오토만제국에 대항해 1389년 6월 15일에 치렀던 코소보 전투는 세르비아 역사의 성지고 그날은 공휴일이다.
코소보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코소보해방군이라는 급진 무장단체가 등장했는데 사실은 범죄조직이었다. 마약과 인신매매가 전문이다. 이들이 순찰 중인 세르비아 경찰을 살해해 코소보 전쟁(1998년 2월 ~ 1999년 6월)이 시작되었다. 1만명의 알바니아인을 포함해 1만3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된다. 알바니아인 희생자들은 거의 민간인이었다.
나토의 평화유지군이 수습하면서 미군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1990년대의 소말리아, 보스니아, 르완다에서의 실패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대량 학살과 인도적 사태를 막겠다고 했다. 클린턴행정부의 미국은 코소보가 독립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의 코소보 지원은 세르비아의 러시아 밀착 때문이다. 발칸의 맹주였던 세르비아를 통해 러시아는 발칸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코소보가 시금석이다. 미국의 입장을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발칸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고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그 접점이다. 미국에게는 세르비아가 자행한 반인도적 행위가 명분도 된다. 그 결과 코소보는 세계에서 가장 친미 국가가 되었다.
코소보는 2008년 2월 17일 공식 독립을 선언했다. UN의 100개 이상 회원국이 국가로 승인했는데 러시아, 중국 등 다수 국가가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구글 지도를 보면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 국경선이 실선이 아닌 점선으로 그려져 있다. 국제법상 코소보는 미승인국으로 분류되어서다. 다만 2013년 브뤼셀협정에 따라 통치권은 인정한다.
미국은 양자간 화해를 통해 세르비아를 서구의 영향권에 포함시키고 싶어 한다. 코소보 북부의 세르비아계 거주지역을 세르비아에 넘기고 두 나라 다 EU에 가입하는 안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안은 프랑스가 EU의 범위를 동결시키기로 하면서 물 건너간다. 그 사이에 두 나라는 실전 같은 세금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실망한 코소보는 알바니아와 합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그런데 세르비아의 방해와 마케도니아의 견제가 문제다. 마케도니아 북부에도 상당수 알바니아인들이 산다. 코소보와 알바니아의 합병은 이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도 달가와하지 않는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는 세르비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다. 세르비아와 합치겠다고 할 염려가 있다. 연쇄반응으로 또다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되면서 1991~1999년에 발생했던 네 건의 전쟁을 통틀어 유고슬라비아전쟁이라고 부른다. 민간인 학살과 학대, 이른바 인종청소로 점철된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하고 비열한 전쟁이었다. 슬로베니아 독립전쟁(1991년 6월 ~ 1991년 7월), 크로아티아 독립전쟁(1991년 3월 ~ 1995년 11월), 보스니아 전쟁(1992년 4월 ~ 1995년 12월), 그리고 코소보 전쟁이다. 이 전쟁들은 한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거주자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역사상 모든 전쟁, 혁명에서 그랬듯이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국가와 대의를 위해 싸우는 세력, 군인들 외에 평소 사회의 낙오자들이었던 온갖 건달들이 동참한다. 그들 손에 쥐어진 무기는 살인 도구다. 제복을 입기도 하는데 물론 군인의 명예를 모른다. 전승에 목을 매는 지도자들은 건달들이라도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제하지 않는다. 더구나 범죄자들도 민족이나 종교를 내세우기는 어렵지 않다.
역사 속의 전쟁은 우리가 볼 수 없지만 코소보전쟁을 포함한 유고슬라비아전쟁은 사진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민족간에 서로 영원히 용서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런 원한은 해소되지 않고 가시지 않는다. 조지 프리드먼의 말처럼 증오가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학식과 교양과 인품은 증오보다 강하지 않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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