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3월령은 음력 3월 이맘때가 천혜의 나물철임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이봄 데친 두릅나물을 초장에 찍어 즐기며 입맛을 돋우는 가운데 또 한 번 아쉬운 봄을 보내고 있다. 삽주(朮)며 고비도랏, 어아리 같은 나물 이름들이야 아는 이조차 많지 않은 오늘날이지만 봄나물을 캐고 즐기는 평화로운 농가풍경을 정감 있게 읊은 이 월령가, 언제 음미해도 새롭고 정겹다.
1년 열 두 달 농가에서 할 일을 읊은 시가(詩歌)가 농가월령가다. 조선 철종 때 정학유(丁學游: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가 지었다고 한다. 월령(月令)이란 그달 그달의 할 일을 적은 행사표라는 뜻인데, 농가의 주요 행사를 월별로 나누어 농촌 풍속과 권농교훈(勸農敎訓))을 섞어가며 노래해둔 것이다.
월령가 삼월령의 마중낱말은 `곡우’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잘 자라는 시절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는 속담이 있는데, 봄비가 흔한 시기인데도 내리지 않으니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뜻이다. 올해 곡우는 봄비가 잦은 것으로 보아 농사에 물 걱정만큼은 덜게 됐다. 일요일인 모레가 곡우(穀雨)인데 마침 화우(化雨)도 가지런히 내리는 `곡우절기’인지라 옛글 한 부분 떠올리며 끼적여 본 춘일한담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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