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전망은 괜찮아, 잘못된 전망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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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전망은 괜찮아, 잘못된 전망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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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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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예측하다 보면 긍정적인 전망보다는 부정적 전망이 좀 더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심화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거나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 대체는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좁혀지지 않고, 외로운 1인 가족은 지속해서 증가하며 개인은 더욱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으로 본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자주 거론되는 주제이고, 남한과 북한의 잦은 갈등과 위협, 중국과 미국의 적대적 경쟁, 정부와 국회의 사회갈등 조정 약화, 끝없는 주거 불안정,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지속 하락도 단골 메뉴다.

이렇게 부정적 전망을 늘어놓다 보면 시민들 사이에 이런 탄식이 흘러나온다. “미래를 예측하고 싶지 않아요. 부정적 전망이 많아서 우울하고 무기력해져요.”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미래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것이 정상이다. 미래가 불안해서 우울하거나 무력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무력감이 생기는 것이다. 미래가 비관적이어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울하지 않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과 그의 동료들은 인간의 지능은 ‘전망’이 핵심 기능이라며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Prospectus), 전망하는 인간’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을 펴냈다. 이들 심리학자는 세상과 자아,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있다면 마음이 우선적으로 우울하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라는 미래를 전망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대안적인 미래를 그리다 보면 회복탄력성을 더욱 더 증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우울을 ‘전망 장애’로 진단하면서 ‘부정적 전망’과 ‘잘못된 전망’을 비교한다. 이들은 부정적 전망은 원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표상이지만 이렇게 전망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때로 종종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부정적 미래를 바꾸려는 새로운 행동이나 결심을 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잘못된 전망’은 피해야 한다. 잘못된 전망은 ‘기능장애적’ 전망으로 문제적 상황을 돌파할 새로운 행동을 막아선다. 미래는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믿으며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전형적인 ‘잘못된 전망’이다. 잘못된 전망의 결과는 우울과 좌절이며 심해지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미래예측을 통해 부정적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매우 생산적인 활동이다.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은 ‘정치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위험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각종 도전에 대응하여 사람을 동원하고 동기유발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회를 압박할 미래 사건을 예측한다면 정치적으로 새로운 결속과 연합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통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위험사회학자 벡은 위험을 극복하려면 전체를 조망해야 하며,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협동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사회는 탈기능, 분화, 새로운 연결망 등 낯설지만 도전적 시도를 시민들에게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예측의 중요한 쓸모는 ‘조기 경보(early warning)’의 유용성에 달려있다. 이미 위험한 상황이라면 경고는 필요 없다. 이때는 민첩하고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 당장 지진이 일어났다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는 그런 위험, 마치 서서히 끓는 물에 있는 개구리처럼 느낌은 싸한데 죽는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위험 말이다.

이런 위험을 느린 위험(slow crisis)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다. 서서히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 높아지고, 2℃, 3℃를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2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결론은 ‘2040년 1.5℃ 상승’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10년 안에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기후위기를 막을 기회를 놓친다”고 경고했다. 1.5℃ 상승하면 가뭄과 폭우가 2배 증가하고, 2℃ 상승하면 54%의 생물종이 멸종된다. 더위와 가뭄으로 전 세계 7억 명은 극한 빈곤으로 몰리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빈발에 위험해진다.

예측의 힘이 작동하는 사회는 합리적인 사회다. 불합리가 판치는 사회에서 예측은 쓸모없다. 예측이 쓸모없다는 사회에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권력만 잡으면 된다. 권력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변화를 만들면 되니까. 그러나 예측의 힘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개인들은 상대의 공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회다.

공감의 힘이 약한 사회는 서로에게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는 나에게만 유리한 미래를 추구한다. 잘못된 전망은 예측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확산하며 대안을 내놓으려는 우리의 의지를 꺾는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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