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좌절했던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이 10년 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다. 그땐 초짜 감독과 새내기 공격수였는데 이젠 두 사람 모두 베테랑이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에서 손을 맞잡은 두 조합이 이번엔 함께 웃을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갖는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공석이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10년 전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서 1무2패(승점 1)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홍 감독은 많은 비난 속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스로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고백했을 만큼, 홍 감독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에게도 2014년 월드컵은 아픈 상처다. 첫 월드컵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알제리전에서 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팀의 부진 속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고, 쓰린 탈락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
이후 10년이 흘러 둘은 2026 월드컵이라는 또 다른 꿈의 무대를 함께 정조준한다. 10년 동안 둘의 상황은 많이 변했다.
쓴잔을 마셨던 홍 감독은 이후 축구 행정가를 거쳐 울산HD의 감독으로 부임, 팀을 두 시즌 연속 K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등 내공을 쌓았다.
손흥민은 이어진 두 번의 월드컵에 주장으로 출전하고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수상하는 등 한국 축구의 기둥이 됐다.
지난 4일 열린 팔레스타인전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나란히 앉은 손흥민을 보며 “10년 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손흥민은 모두의 기대대로 잘 성장했고, 이제는 실제로 많은 걸 짊어지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바람이 그대로 이뤄졌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흥민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은 “손흥민이 불필요하게 갖고 있는 책임감과 대표팀에서의 무게감을 나눠서 들겠다”며 제자를 배려하기도 했다.
손흥민 역시 “2014년에 감독님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10년이 참 빨리 지나갔다”면서 웃은 뒤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감독님의 스타일을 존중한다. 한 팀의 선장이 굳이 부드러울 필요가 없다. (홍 감독이 강조하는) 규율은 운동장 안팎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신임 사령탑에 힘을 실었다.
우여곡절 끝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와 절치부심 명예 회복을 노리는 홍 감독과,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으려는 손흥민 모두 이번 도전은 아주 중요하다.
지난 아픔을 양분 삼아 성장한 둘의 재결합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낼까.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이 함께하는 3차 예선의 출발점에 많은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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