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서 0-0 무승부, 10일 오만과의 원정 경기서 3-1 승리를 거두며 1승1무(승점 4)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2차전을 마무리했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은 각 조별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린다. 이제 한국은 10월 10일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 15일 이라크와의 홈 경기로 이어지는 3·4차전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통상 홈에서 치르는 경기가 잔디 적응을 비롯한 여러 환경 면에서 더 유리한 조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근래 한국은 홈 경기에 더 고민이 많다.
한국은 익숙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팔레스타인에 무득점으로 고전했지만 원정 오만전에선 오히려 더 빠른 템포의 경기력으로 3골을 터뜨렸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잔디 컨디션을 빼놓을 수 없다. 팔레스타인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가 크게 훼손돼 바운드가 불규칙했다. 그래서 한국의 장점인 빠른 공격과 패스 플레이가 나오기 어려웠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잔디 때문에 선수들이 정상적 컨트롤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몇 번 불규칙 바운드에 호되게 당한 뒤에는 템포를 올리는 걸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잔디가 경기에 큰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역시 “변명으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잔디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만 원정은 무더운 날씨와 시차 등 외부 변수는 불리했지만, 고른 잔디 만큼은 오히려 한국에 더 유리했다. 손흥민(토트넘)이 오만전 후 “잔디 상태가 너무나도 좋아서 자신 있는 플레이를 했다”면서 “홈구장 잔디도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장 다음 홈 경기인 이라크전도 ‘논두렁 잔디’에서 열릴 공산이 크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10월 홈 경기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제출했다. 장소가 변경될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선 서울 개최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경기장 변경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요르단 원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오는 선수단과 원정길에 나서는 이라크 선수단에 동선상 유리할 뿐 아니라, 수용 관중도 많기 때문. 더해 한국 축구의 상징적 홈구장이라는 의미에서도 쉽게 바꾸기 어렵다.
또 다른 축구 관계자는 “KFA로선 약 6만명의 많은 관중과 그에 따른 입장료 수익이 보장되는 서울을 포기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받게 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단기간 보수되기 힘들 만큼 상태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9월 말 인기가수의 콘서트까지 예정돼 있어 잔디의 추가 훼손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원정 잔디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아이러니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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