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하면 국민들이 잘 살게 된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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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하면 국민들이 잘 살게 된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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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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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국/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쟁점은 대체로 내각책임제냐 대통령중심제냐, 분권형 대통령제냐 또는 이원집정제냐, 대통령 연임제냐 아니냐, 부통령제를 둘 것인가 등 권력구조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국가권력을 조직하는 것이 적합한가?”에 관한 문제, 즉 헌법규칙으로서 `조직 규칙’의 문제다.
 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해할만하다.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으로 믿고 대통령 직선을 중심으로 1987년 개헌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믿은 대로 일이 잘 돼가는 것이 아니었다. 1987년 체제는 우리를 실망시켰다. 경제는 불안해졌고 고용도 불안하고 성장도 불안해졌다. 정치권은 무책임하고 그 결과, 모든 피해는 국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개헌한지 20년이 지난 금년, 그리고 헌법을 제정한지 60년이 되는 금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겹겹이 쌓인 규제 덩어리와 경제의 취약성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구조와 관련된 헌법을 개정하고자 논의가 한창이다. 1987년 체제의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니까 새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논의는 대단히 고무적이고도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국가권력을 적합하게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으로서 적합한 헌법적 제도를 찾았다고 해도 이런 헌법으로는 도저히 해결 할 수 없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가 남는다. 어떤 개헌으로도 규제의 늪에 빠진 오늘의 침체된 한국경제를 구출하여 번영의 길로 안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과 영국을 보자. 모두 내각제다. 그럼에도 경제적 성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얼마나 자유가 많은가를 말해주는 `자유지수’에서 영국은 경제자유가 많기로 세계에서 5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독일은 20위권이다. 자유지수 차이의 경제적 결과다. 실업률에서 독일은 영국보다 항상 2~3배 높고 성장률은 배 이상 낮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이 문제는 내각제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 같은 내각제임에도 경제적 성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권력구조는 중요하지 않고 국가 권력을 제한하여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한 나라는 번영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망했다. 독일 헌법에는 경제와 관련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제한규칙이 없다. 그러나 영국의 불문헌법은 국가권력을 제한하여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중시한다. 이 차이가 독일경제와 영국경제의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헌법을 가진 나라의 경제적 번영이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과 프랑스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자유지수도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5위권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52위권이다. 미국 실업률에 비하여 프랑스의 그것은 3배 정도나 된다. 미국의 성장률은 프랑스보다 2배 이상 높다. 다 같은 대통령 중심제임에도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도 미국은 국가의 권력을 제한하는 헌법을 가진 반면에 프랑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구조는 중요하지 않고,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개헌론은 `1987년 체제’의 실패를 잘못된 권력구조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우리의 개헌논의는 프랑스 계몽주의를 답습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바꾸는 일이다.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헌법을 구현하는 일이다. 이런 헌법이 지속가능한 헌법이다. 그래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개헌 논의는 현행 헌법을 어떻게 개정하는 것이 국가권력을 제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9차례나 헌법이 개정되었다. 중심된 것은 항상 권력구조 문제다.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인색했다. 권력구조 개헌에서 최고 절정은 민주화였다. 민주화는 권력을 어떻게 조직하는 것이 합당한가의 조직규칙의 문제다. 그러나 조직규칙에 치중했던 `1987년 체제’는 실패했다. 내각제 개헌논의도 권력구조 문제다. 국가권력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권력구조에 집착하는 개헌은 실패한 프랑스 계몽주의 전철을 밟는 것과 다름없다. 번영의 길로 갈려면 국가가 자유와 재산을 억압하는 현행헌법의 국가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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