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여기보다 어딘가에’주연 차수연 인터뷰
`별빛 속으로’의 신비롭고 엉뚱한 여고생, 미모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아름답다’, 꿈은 높지만 가혹한 현실이 슬픈 26세의 백수 `여기보다 어딘가에’, 일본에 밀입국하는 비밀스러운 여자 `보트’.
배우 차수연의 필모그래피는 예사롭지 않다. 모델이나 뮤직비디오로 어느 정도 얼굴을 알렸으면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상업영화로 흘러드는 것이 보통의 순서이겠지만 차수연은 다양성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외로운 역할만 도맡아왔다.
19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차수연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했다.
“제 얼굴이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것 같나 봐요. 무표정하게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걸 감독님들이 이용하는 것 같고, 저 역시도 그런 모습을 더 잘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크린 데뷔작 `별빛 속으로’에서 보름 전 촬영을 마친 한일 합작 영화 `보트’까지 평범하지 않은 세계에 빠져드는 여자를 주로 연기하다 보니 모든 출연작에 상대 배우가 `있는 듯 없었다’는 공통점마저 생겼다.
“이상하게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연기가 없었어요. 다른 배우와 느낌을 공유하면서 호흡을 맞춰가면 더 편할 텐데요. 영화를 찍어도 배우들하고 친해지는 게 아니라 감독님하고만 대화를 하게 됐고요. (웃음)”
네 작품을 거치면서 차수연은 달라졌다. “뭣도 모르고 했던” 연기는 “뭔가 더 생각을 하면서” 하게 됐고, “까불대며” 현장을 누비던 성격은 “자유분방하지만 좀 더 차분하게” 바뀌었다.
“와인으로 치면 가벼운 맛에서 숙성돼 가는 느낌이 아닐까요? 예전에는 멋도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만 했어요. 현장에서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될 일은 아니더라고요. 미리 제가 갖추고 와야 할 것들이 있었던 거예요.”
21일 개봉하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배우 차수연이 겪었던 한 순간을 확장한 영화다. 뮤지션을 향한 꿈은 크지만 재능도 없고 확신도 없어 방황하는 영화 속 수연은 연기를 시작한 배우 차수연의 모습이기도 했다. 감독에게 부탁해 배역 이름을 아예 `수연’으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저한테도 영화 속 수연이 같은 순간이 있었어요. 나에게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할 수 있는데,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막상 기회가 주어지면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해지는 그런 순간이요.”
그는 `별빛 속으로’의 여고생을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는 이유로 선택했듯이 `여기보다 어딘가에’ 역시 다시 하라면 어려운, 그 당시에만 할 수 있었던 연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언론시사에서 다시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다섯 번째로 봤어요. 영화 속 수연이가 예전에는 몰랐는데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철이 없더라고요(웃음). `보트’ 촬영을 끝낸 지금 다시 하라면 나오지 않을 모습이에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지난해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된 작품이지만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개봉하게 된 저예산 독립영화다.
소규모로 개봉하는 영화에 출연했으니 많은 관객과 한꺼번에 만날 수 없어 아쉽지는 않은지 묻자 차수연은 오히려 기쁘다고 답했다.
“이 영화가 공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특해요.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긴 했지만 이렇게 관객 앞에 개봉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이 영화의 생명력이 참 강하구나 싶었어요.”
올해만 영화 2편을 극장에 내걸었고 촬영 현장에서 돌아온 지 겨우 보름이 지났지만 차수연은 이미 다음 작품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먼저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며 연말에는 또 다른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부지런하다는 말에 “저 그렇게 많이 한 거 아니에요”라며 겸손하게 고개를 젓는차수연은 이제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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