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영양군의 고라니 개체수 조절 계획은 시작되자마자 주민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가축 피해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냥개들이 매어놓은 염소를 공격해 물어 죽이는 일이 잦은 게 그 실증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사냥개 출현에 놀라 유산한 암소가 여러 마리라고 한다. 이전엔 고라니가 염소를 물어죽이고 새끼 밴 암소에 피해를 준 일은 없었고 보면 고라니 포상금 제도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기야 이런 종류의 부작용은 예상 못할 바도 아니었다. 다만 대처가 부족했던 것뿐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사냥개들이 주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간에서 사냥이 시작되어 주인의 통제권을 벗어나게 된 사냥개들이 마을가에까지 내려와 주민들을 향해 으르렁거린다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더 위험한 것은 사냥 총탄이다. 규칙을 어긴 엽사들이 민가지역까지 침범하고 있어 사냥 총탄에 맞을 위험성은 언제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비단 영양군이 아니라하더라도 사냥철이 시작되면 사냥 총탄에 맞은 인명피해가 일어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영양군의 사냥터는 군 전체 면적의 82%나 된다. 사실상 영양군 전체가 수렵장인 셈이다. 그 면적이 6만6000여 ㏊에 이른다. 이곳에 주민만 사는 게 아니다. 등산객, 약초꾼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이 모두 표적으로 오인될 수도 있고 보면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할 수 있다.
결국 영양군의 고라니 밀도 조절 계획은 엉뚱한 결과를 빚을 개연성마저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농산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고라니의 번식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도 사냥철은 석 달 넘게 남아있다.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고 고라니 잡으려다 사람 먼저 잡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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