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원어민 강사의 무더기 적발은 외국어 교육에 대한 몰이해의 한 단면이 들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이면 누구나 외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란 착각 탓인가. 외국인이라고 누구나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라해서 누구나 한국어를 가르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학원측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돈벌이에만 그저 눈이 어두웠을 뿐이다.
무자격 원어민 강사들 가운데엔 1년 넘게 강의를 해온 유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어학원이 가난한 유학생들에겐 훌륭한 돈벌이 장소가 된 셈이다. 200만 원 가까운 돈을 다달이 받은 학생도 있다니 학업보다는 취업에 더 재미를 붙인 것은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다. 돈벌이는 이들을 고용한 학원측과 브로커들이 더 많이 했을 것이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열풍의 조류를 악용한 교육방법에 학생과 학부모들만 피해자가 되고만 것이다.
의구심은 증폭된다. 포항지역에 무자격 원어민 강사가 이들 뿐이겠느냐는 것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제3세계 유학생들을 브로커 여인 한 사람이 강사로 공급했다. 포항지역에 브로커가 이 여인 한 사람뿐이겠는가. 게다가 무자격 원어민 강사는 전국에 걸친 현상이다. 다른 시·도의 브로커 조직과 줄이 닿는 무자격 원어민 강사 수급망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취업 사실이 불법인 줄은 몰랐다고 발뺌한다는 외국어학원장과 무자격 원어민강사들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정부의 외국어 교육정책이 올바르다면 이런 편법 교육방법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겠는가. 단속 바람이 누그러지면 이러한 편법과 위법은 또 다시 되살아날 게 뻔하다. 강사는 필요한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다. 자격을 갖춘 한국인 강사 또한 적지 않다. 자격도 없는 원어민에게서 엉터리 외국어를 배우느니 자격을 갖춘 한국인 강사로부터 제대로 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외국인보다 외국어를 더 잘하는 한국인은 찾으면 나온다. 학원도, 학생도 이제는 원어민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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