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측근들의 농단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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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측근들의 농단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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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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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의 시장에서는 물물교역을 했다. 자기가 쓰고 남은 물건을 남에게 주고 대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바꿔 받는 곳이 곧 시장이다. 거기에는 질서유지 책임자 유사(有司)가 있어 부정행위를 단속하기도 하고 송사(訟事)를 판결하기도 했다. 한 비천한 사내가 `높은언덕(농단;壟斷)’에 올라 좌우를 살펴봄으로써 모든 이익을 독차지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유사가 비천한 사내 천장부(賤丈夫)로부터 부당이득을 뺏으니 이가 곧 세금징수의 시초다.”
 맹자 공손추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맹자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제(齊)나라를 떠나면서 선왕(宣王)에게 간접으로 전해준 한 마디, 치세의 금언이다. 훗날 그 제자 공손추(公孫丑)가 기술하여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문장 속에 나오는 농단은 `깎아 세운 듯이 높은 언덕’ 이란 뜻이다.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흔히 사용되는 `국정농단’ 같은 말에 사용되는 `농단’의 출전이다.
 농협의 비상식적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이 연루된 듯 전해지고, 그 이웃에서 사업을 하는 박연차라는 이가 큰돈 놓고 큰돈 먹은 이야기가 화제다. 본인들이야 펄쩍뛰면서 부인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시장농단’ 냄새가 짙다. 특히 박씨가 인기 없는 싸구려 세종증권 주식 1억 원어를 샀다가 짧은 기간 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가 확정되자 되팔아 178억인가 하는 돈을 왕창 먹었다는 건 미심쩍다. 사전 미공개정보취득이란 `농단’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는가 싶은 게 지금 시정(市井) 서민들의 생각이다. 농단의혹이 아닐 수 없다.
 언제 어느 시대거나 제 이익만 챙기려는 천박한 부류들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으로서는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들이 법을 어겼는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부디 사정당국은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샅샅이 파헤쳐 부당이득이라면 벌금까지 덧붙여 환수하고, 농단이 있었다면 가차 없이 처단하라. 그러지 못하면 진짜 좌파 사회주의 하자는 주장이 나라를 뒤덮게 될 지도 모른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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