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합니까?"
  • 경북도민일보
"이제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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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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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이 가셔야 하는가 보다. 캄캄한 세상의 빛이었고, 고달픈 국민들의 따듯한 품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정녕 우리들을 영원히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눈 감는 순간까지 `사랑’과 `용서’를 말하며, 숨을 거두고도 그 한 몸 아낌없이 헌신한 그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두고두고 그리워해야 할 일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추기경은 우리에게 `사랑’과 `용서’만 남겨놓은 게 아니다. `기적’을 일으키고 가셨다. 두 눈과 장기를 기증했고 두 사람이 빛의 축복을 입었다. 안구와 장기기증 단체에는 눈과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추기경이 돌봐온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운동본부에도 후원이 답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추기경은 떠나도 국민들은 결코 그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선종하신 편안한 모습을 경배하고 작별인사를 드리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는 기나 긴 조문 행렬에서 추기경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을 읽는다. 천주교나 개신교는 물론, 불교 지도자와 불자들, 그리고 종교를 갖지 않은 세속의 속인들까지 추기경을 추모하는 마음은 한결같기만 하다.
 추기경이 안 계신 속세는 어지럽고 고통스럽다. 경제난은 풀릴 기미가 안보이고 북한의 조직폭력배식 공갈 협박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여야 정쟁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길거리에는 과격 세력의 촛불시위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추기경 같은 `어른’이 없는  `공백’이 너무 크다. 이들에게도 추기경의 `사랑’과 `용서’의 정신이 전파되기만 간절히 빈다.
 추기경은 철저히 `무소유’를 실천했다. 한달 250만 원의 은퇴생활보조금은 남을 돕는데 썼고, 그가 남긴 돈은 900만 원이 전부다. 남긴 유물도 간소하다. 재물이 부질없다는 천금같은 가르침이다. 그의 `무소유’ 정신은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까지 물리친 `간소한 장례’에도 베어나온다. 추기경은 천주교 묘지에 일반 신부들과 함께 묻힐 예정이다. 권력과 탐하는 천민자본주의자들은 얼굴을 감춰야 한다.
 국민들은 이 험한 세상에서 길을 물을 어른을 잃었다. 정신의 안식처도 놓쳤다. 그 안타까움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명동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조문행렬로 나타난다. 추기경에 대한 추모는 그가 우리에게 남긴 `사랑’과 `용서’의 실천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추기경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근거 없는 미움과 저주, 끝없는 배신의 악몽을 훌훌 털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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