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바다이야기’` 9월은 나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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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바다이야기’` 9월은 나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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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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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옥근/의학박사
 
 올핸 윤달이 들어 예년 같으면 이맘땐 제법 시원도 하련만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거라는 예보다. 늦더위보다 우리를 더 무덥게 한 것은 요즈음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바다이야기’일 것이다. 바다이야기라면 한 여름에 시원해야 될 터인데 왜 이리 연일 덥게 만 하는지 모르겠다. 성인오락의 법적 경품 한도는 100원당 2만원 쯤 되는 모양인데, 단돈 100원에 250만원(최고 2만~4만배까지)당첨금을 준다니 아닌 말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신 이상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대박의 꿈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여름철 독버섯 같이 자라나 한 대에 700만원 호가하는 성인오락기가 전국에 1만5000여 대가 보급돼 회전하며 목하 성업 중이라니 `도박공화국’이란 선정적 표현도 지나치지만은 않을 성 싶다. 불법 개조하여 승률 10%를 조작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황금알이 될 수 있었던 건 이 사행성 상품권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30조원이 동원되어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줄 때마다 10%를 업주들이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제 호주머니에 챙겼다하니 시간이 더해 갈수록 바닷가에 자갈이 깎이고, 닳아져 종국에는 모래가 되듯 “행여나 이번만은” 하고 요행을 바라는 자들이 손 털 때까지 슬롯머신은 돌아갔을 것이다.  이`바다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했던 사행성 성인 오락기로 이름도 바다이야기 글자한자 틀리지 않는 `우미 모토카다리’ 를 통째로 카피하여 들여온 것이란다.
 일본 문화를 싫어했던 우리 민족인데. 왜 하필 이 지경 까지 됐을까. 할 말은 없으나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게임은 화면에 문어, 조개 등 물고기 그림이 4개가 돌아가다가 멈추면서 배열에 따라 점수를 얻는 릴 게임의 일종이라고 한다. 나 같은 문외한은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다. 마치 집에 처음 사온 가전제품의 설명서가 한글인데도 읽어 봐도 조립을 못하는 기계치니까 알 수는 없겠지만 도시는 물론 농촌 구석구석까지 자기 운명을 낚시질 당하는 줄도 모르고 거기에 쭈그려 앉아 망해가는 사람들이 많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었다’는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캐면 캘수록 줄줄 따라 나오는 감자, 고구마 넝쿨같이 그 규모와 방법도 다양한 모양이다. `바다이야기’비리의혹을 밝히는 데 경찰을 제외한 검찰 수사인력이 250여명이 동원되고 수사비는 무려 44억원이 투입된다. 출국금지된 상품권업체 관련자들도 52명에 달한다니 바다게이트 규모를 알만하다. 그 전모가 곧 극명하게 밝혀지겠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 점의 의혹 없이 국민들에게 밝힐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항간에 떠도는 `정치 자금설’ 이나 `대통령 조카’ 코미디 같은 `배째드리지요’ `개가 짖나. 짖은 소리를 못 들었나’ 별의별 난센스 퀴즈 같은 말들이 안주 삼아 이 `바다이야기’가 더는 부침(浮沈)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경품권 상품권 거래 중단 사태가 벌어지니 또 그간 잘 나가던 업자들이 정부를 걸어 헌법소원을 낸다고 한다. 허가를 정식으로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자기들 때문에 살림이 거덜 난 사람들도 한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싶다. 나는 이 바다 이야기를 접하면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이 사건이 조만간 그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꺼내놓고 보면 뼈만 앙상한 먹지 못하는 큰 고기를 건져 올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늘부터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다이야기’는 올 팔월 더위 먹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닙니까. 이제 9월에는 청아하고 맑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합시다. 올 8월 우리국민 모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살았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남은 시간들 모아 해바라기 같이 볼품없어도 촘촘히 씨알이 박히듯 채워가는 우리 모두의 세상을 활짝 열어갑시다. 풀벌레가 섬돌 앞에서 요란하게 가을 소리를 냅니다. 가을이 손짓하는 소리를 들어봅시다. 상큼한 가을 공기 속에서 파란 하늘을 보며 유혹 당하고 싶지 않습니까. 가을은 남을 보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보고 자성하는 시간이 되어야 되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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