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잘 익은 도자기는,명품을 자처하지 않는다. 도공의 결곡한 마음이,달 항아리 가슴에 깃들다. 속내 잘 아는 벗을 만난 듯,백자 앞에선 마음이 편해진다.
김상훈 차라리 활활 불태워한줌재로 흩뿌리고나 말까. 천길 벼랑끝에서낙엽처럼 흩날리고나 말까. 때 로 襤褸한 목숨을짓이기고 싶은 心緖.
김상훈 喊聲이 따로더냐 이게 곧 함성이지 얼었던 하늘 땅이 풀리기도 이른 터에 다투어 봄을 歡呼한 滿開百花 그것이지.
김상훈 내 연연한 숭원의오직 하나인 문이 낭랑한 당신의 목소리로이제서 열리고 있다. 선연한 아침노을에 타고 있는 너와 나
김상훈 東山에 올라보면 西山을 알 수 없고 西山에 올라보면 東山을 알 수 없다. 언제면 兩端을 꿰뚫어 볼 慧眼 밝아 올건가.
김시종 노란 은행잎을 밟으면, 짤랑짤랑 금화 소리가 난다. 간밤엔 섯다판이 대판으로 벌어졌나 보다. 은행나무가 탕진한 금화들이 인도에 무더기로 뒹굴고 있다.
김시종 사람은 진보하면,식인종(食人種)이 된다. 영락없이 노랑머리칼같은,옥수수 수염을 달여 먹고,신장병을 다스린다.
김시종 화요일은 화나는 날. 시립도서관 정기휴관일 줄 까맣게 잊고서, 평소처럼 도서관을 찾다가 굳게 잠긴 문을 보고, 맥없이 돌아서는 날!
김상훈 가진 것 다 버렸는데 버릴 것 자꾸 생기네 채울 것 다 비웠는데 비울 것 자꾸 꼬이네 버리고 비우는 일이 요순보다 어렵던가.
김상훈 별받이 미닫이 아래 분매 한그루 앉혀 놓으니 온누리 봄 氣運이 우리집에 먼저온다. 먼 하늘 回靑의 자락도 추녀 끝에 와 걸린다.
김상훈 어릴땐 土담방에서 빈대 벼룩과 함께 살고 늙어선 시멘트 방에서 바퀴벌레와 함께 산다. 害蟲도 萬有의 하나이니 同居共生 하라는 건가.
김시종 스님이 보신탕을못 드시니, 절 개는 안 죽고,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산사 선방에 노승(老僧)은 있어도,산사 마당에노구(老狗)는 없더라.
김상훈 살구꽃 피는 마을 피는 꽃이 저리 곱다. 피는 꽃 그 너머로 지는 꽃도 어여쁘다. 목숨도 오가는 날이 저리 꽃길이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