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 결혼과 함께 학업을 중단했던 60대 여성이 뒤늦게 대학에 복학, 내친 김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해 만학도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17일 영남대학교에 따르면 오는 22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김숙이(62·사진)씨는 1968년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한지 42년 만에 문학박사학위를 받는다.
1966년 이 학과에 입학했던 김씨는 2년 뒤 학보사에서 함께 활동하던 남편과 결혼하면서 학업을 중단했으나 문학의 미련을 버리지 않고 2002년 3학년으로 복학해 한동안 접었던 문학과 학문의 꿈을 이어갔다.
김씨는 2004년 학부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원에 입학해 당시 초등학교 신입생인 외손자와 마찬가지로 새내기 학생이 됐다.
`신세대 할머니’를 자처하는 김씨는 논문 주제로 10대나 20대 초반 청년층에서 인기인 사이버문학을 택했고 `한국사이버리즘 문학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박사과정에 입학한지 4년 만에 `백석(白石)시에 나타난 노장사상 수용 연구’(지도교수 이동순)로 문학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그는 근래 새롭게 조명받는 백석(1912~1995)의 시에서 노장사상이 어떻게 수용됐는지 연구하는 동안 시인이 졸업한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으로부터 백석에 관한자료를 국내 최초로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년 전부터 학부생 교양과목을 담당한 김씨는 학생 눈높이에서 기르치기 위해 젊은 아이돌그룹의 음악을 듣고 시청각자료를 직접 만드는 열정으로 강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내달 신학기부터 전공과목 `현대문학비평’을 강의하게 됐다.
김씨는 “8년 전 아무 것도 모르고 공부를 재개했는데 학문을 할수록 새롭게 열리는 세상이 흥미롭다”며 “지금도 오는 4월 발표할 논문을 준비하는 등 앞으로도 지적으로 깨인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김찬규기자 kck@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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