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향과 `파리1830’협연 퇴장후에도 박수갈채 이어져
佛 에피날 콩쿠르서 그랑프리
“마음을 비우고 연주했던 그날이 생애 최고 연주였다”
지난 23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리허설 연습중인 임호열 씨.
관객 하나 없는, 불 꺼진 무대 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쇼팽의 `로맨스’가 달빛 어린 아름다운 밤의 별처럼 반짝였다.
“어두우면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오전 11시, 리허설 시작 3시간 전.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그는 그렇게 혼자서, 빛나는 선율로 무대를 채워갔다.
지난 23일 포항시립교향악단 제102회 정기연주회 `파리1830’에서 협연한 임호열(25)씨를 당일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만났다.
피아니스트 임호열은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주자가 되기 위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 후 15세 때 첫 독주회를 시작으로 서울예고 재학 중 음악춘추콩쿠르, 한미 전국 콩쿠르, 틴 에이져 콩쿠르, 쇼팽 주니어 콩쿠르, 그리고 삼익 콩쿠르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음악적 기량을 넓혀갔다. 이후 연세대학교에 입학해 재학 중 독일 하노버 음대에 입학해 세계적인 교육자인 칼 하이츠 캠머링과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를 사사했다.
“마음을 비우고 연주했어요. 그런데 그게 제 생애 최고의 연주가 된 것 같아요.”
2007년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에피날 국제 콩쿨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프랑스 작품을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에게 수여되는 프랑스 음악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 위원장인 필립 카사드 피아니스트는 다양한 캐릭터 표현능력과 뛰어난 감수성을 가진 예외적인 대형 아티스트라고 극찬했다. 연습 이외의 시간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걸 즐긴다고. “피아노가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제 생활이죠.”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페인 테네리페 페스티벌 등지에서 독주회를 개최한 임호열은 특히 프랑스 낭시에서 있었던 독주회에서는 구조적 감각과 믿기지 않을 만한 광적 표현, 웅장함, 섬세함을 갖춘 연주자라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로렌 국립 교향악단과 프랑스 4개 도시 투어 연주를 성황리에 마쳤다.
노래는 잘 부르냐는 질문에 “손으로 노래를 하니까 육성으로는 안 불러요”라며 재치있게 대답한다.
그는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줄 알고 사랑한다. 한가지 고민이 있다면 `내성적인’성격이란다.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러면서 또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라며 장난스레 웃는다.
리허설 전날 임씨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 아파서 연주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그는 진정한 프로였다.
유종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임호열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으로 펼쳐진 무대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가 퇴장 후에도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2악장 `로맨스-라르게토(Romance-Larghetto)’는 2004년 인기리에 종용된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주인공인 송주(권상우 분)가 연주해 많은 사랑을 받은 곡.
임호열은 드라마 속 주인공보다 더 감동적인 연주로 여자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녹였다.
유 지휘자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는데도 임호열씨는 너무나 멋진 공연을 보여줬다. 짧은 시일에 한 곡을 하기도 힘든데, 앙코르 곡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며 매우 만족해 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김영호 교수에게 사사 받고 있는 임씨는 또다른 국제 콩쿠르 출전을 준비 중이다. 빛을 연주하는 임호열. 그의 행보에 무한한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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