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밤하늘을 밝히고 목탁소리는 낭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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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밤하늘을 밝히고 목탁소리는 낭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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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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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1995년~2005년까지 종교별 신자 변동추이는 불교와 기독교가 정체 또는 감소한 반면 천주교 신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게 특징이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1995년 기독교 신자는 876만명이었으나 2005년 861만명으로 줄었다. 불교는 1032만명에서 1072만명으로 소폭 증가했을 뿐. 천주교는 295만명에서 514만명으로 급증했다.
 불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22.8%, 기독교는 18.3%, 가톨릭은 10.9%. 이런 추세가 2005년 이후에도 계속됐다면 신-구교의 격차는 더 좁혀졌을 것이다. 특히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살다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한 많은 국민이 가톨릭에 귀의한 것으로 미루어 1995년 신-구교의 격차는 크게 좁혀졌거나 비슷해졌을 것이다.
 10년 동안 우리 국민의 신심(信心)에 무슨 변화가 있었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교회 십자가가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전국 곳곳에 목탁소리가 낭랑한데 왜 기독교와 불교 교세가 위축되거나 정체상태인가? 그 대답은 `종교전쟁’이라 부를 정도로 상극의 길을 걷는 불교계와 기독교계의 반목과 질시에서 나온다.
 `한미준’이라는 기독교 단체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교세 확장, 헌금 강요, 종교 지도자의 영적 자질, 영적 능력 저하에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자고나면 메가처치 (대형교회)가 등장하고, 성전건립을 위한 헌금강요와 교회 세습, 권력화된 담임목사의 전횡과 비리, 교회내 폭력사태로 점철된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이다. 세계 50개 대형 교회 가운데 25개가 한국에 있지만 `영적’으로는 낙제점이라는 결론이다.
 `철없는 기독교 신자’들의 봉은사 난입과 법당이 무너지기를 기도하는 광적인 모습은 사랑과 용서와는 거리가 멀다. 기독교도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에까지 달려가 땅밟기를 하는 극성을 부렸다.
 지난 10일에는 이슬람국가인 예멘의 수도 사나 최고 번화가 핫다 한복판에 한국 청년 10여명이 모여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불렀다. 아찔한 장면이다. 이라크와 아프간 선교단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잡혀 참수되고 강간당한 기억도 새롭다. 아프간에서는 전도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엄청난 국민세금을 테러리스트들에게 송금해야 했다. “개신교세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고 그래야 개신교가 사는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유상태 사무국장의 말은 경고다.
 기독교에 비해 수동적이긴 하지만 불교 또한 마찬가지. 작년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국 사찰에 내건 `反이명박 反한나라당’ 현수막과 한나라당 인사 출입금지는 종교라기보다 편협한 군소정당의 행태에 다름아니다. 지금도 불교는 문화재 보호 명목의 지원금을 받는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챙기고 주차장 수입금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템플스테이 예산을 지원해야 할 의무도 없다.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의 입에서는 `불경’보다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쏟아져 나왔다. 툭하면 `산문(山門) 폐쇄’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의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다” “도시에서 천주교에 2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라고 경계했다. 이미 대도시와 신흥도시,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천주교에 열세를 보임으로써 현실화 됐다. 어린이와 청소년 불교 인구가 줄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석가모니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가톨릭에 호감을 갖는 이유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청렴성 △정의와 인권활동 △조상 제사와 장례 예식에 대한 유연한 태도 △타종교에 대한 열린 태도 등이 꼽힌다. 성당에선 신자의 개인 헌금액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헌금을 둘러싼 추한 경쟁을 압박하지 않고, 성당의 수입 지출을 공개하며 신부와 수녀들은 개인재산을 모으지 않는다.
 김수환 추기경이 어수선한 세상에 `넘치는 사랑’을 베풀고 떠나면서도 장기까지 기증한 사랑이 기독교와 불교계에서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는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의 묘소에는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구원은 교회 밖에도 있다”고 했고,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 묘소에서 `삼배(三拜)’하던 김 추기경의 `배려’와 `열린 마음’이 그립다. 기독교와 불교의 위기는 이런 모습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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