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상종가를 이어가고 있다. 10% 지지도를 넘는 대권 주자조차 없는 열린우리당이 차기 대선후보로 그를 영입해야 한다고 연일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정 전 총장은 냉담한 반응이다. 집권세력이 오죽 답답했으면 대학교수를 끌어들이려고 몸부림치는가 하는 연민도 들지만 국민 눈을 잠시 헷갈리게 해 정권을 다시 잡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정 전 총장은 경제와 교육전문가다. 총장으로 서울대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경제와 교육 두 가지 현안이 최대 문제로 부각된 현실에서 `정운찬 카드’는 매력일 수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어디까지나 학자다. 평생을 강단에서 이론을 교육해 온 교수라는 의미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대학교수로, 총장으로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로 그를 끌어들이려는 것은 훌륭한 학자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열린우리당의 발상은 참으로 한심하다. 간판을 바꿔 달아 정권을 연장해보겠다는 의도가 그렇고, 정 전 총장을 `빌려와’ 후보로 만들어 국민에게 어필해보겠다는 욕심이 또한 그렇다. 왜 열린우리당 차기주자들이 한 자릿수 지지도로 지리멸렬한 지 반성하는 기미가 별로 없다. 지난 4년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앞서 달리는 한나라당 박근혜·이명박·손학규 3인을 제치기 위해서는 특단의 깜짝 쇼라도 해야 할 입장이다. 그렇다고 정운찬 전 총장을 내세우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가? 국민들은 집권세력이 정 전 총장을 내세운다 해도 열린우리당의 `내용물’이 바뀌지 않는 한 그를 지지할지 의문이다. 앞으로의 선거는 인물보다 노선과 성향, 철학과 경륜이 지배하는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은 정 전 총장 몫이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아직까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이게 바로 학자이자 교양인이다. 제발 존경받는 학자를 흔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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