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용서한 연쇄살인범…우리는 용서 못한다
  • 연합뉴스
법이 용서한 연쇄살인범…우리는 용서 못한다
  • 연합뉴스
  • 승인 2012.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 코미디·액션·스릴러 맛깔나게 버무려

 수조에서 막 튕겨 나온 활어처럼 펄떡거리는 영화가 나왔다.
 코미디, 액션, 스릴러 그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결을 지녔지만, 어정쩡한 짬뽕에 머물지 않고 각각의 양념들이 제 맛을 내며 맛깔난 성찬을 이뤄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흥행이 점쳐지는 이유다.
 스릴러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어둡고 무거운 제목과 달리 영화는 박진감 있는액션과 함께 웃기는 상황과 대사들이 이어지며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심각한 장면 뒤에 엉뚱한 상황이 이어져 폭소가 터져 나오는데 그 긴장과 이완의 끈을 쥐었다 놨다 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늘어났던 고무줄이 탄력 있게 제자리로 돌아오듯 자칫 산만해질 뻔했던 인물들과 이야기, 코미디와 액션, 스릴러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국 한 지점으로 매끈하게 빨려 들어간다.

잔인무도한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범 소재
박진감 있는 액션·웃기는 상황·대사들 경쾌

마지막 추격 장면 영화 대미 화려하게 장식
배우들 연기 조화…김영애 핏발 선 분노의 눈빛 압도적

살인의 추억 비슷한 듯 하지만 B급 정서 풍겨 신선


 입 옆으로 험한 가로줄무늬의 흉터가 남아있는 형사 최형구 반장(정재영)은 15년 전의 그 사건을 잊지 못해 매일 밤을 술로 달랜다. 최 반장에게 흉터를 남긴 범인은 10명의 무고한 여성을 살해하고 뒤를 쫓는 최 반장의 얼굴에 증거까지 남긴 뒤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에 TV에는 자신이 그 살인범이라는 이두식(박시후)이 나타난다. 연쇄살인의 범죄 기록을 고스란히 담은 책 `나는 살인범이다’를 출간하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잘생긴 외모에 회개의 눈물을 보이고 자선사업까지 하는 모습에 한편에선 그를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를 따르고 추종하는 팬클럽까지 생긴다.
 한편, 이두식을 마주한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분노에 치를 떨며 한데 모여 복수를 위한 작전을 짠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빠른 격투와 추격신으로 관객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또 유족들이 납치 행각을 벌이는 시퀀스의 자동차 추격신은 사람과 사람, 차량과 차량이 서로 뒤엉킨 신선한 구도로 웃음과 긴박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마지막 추격 장면도 영화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활어 수조를 운반하는 5톤 트럭으로 오토바이를 탄 범인을 쫓다가 역전에 역전을 반복하는 상황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은 액션 배우가 되기 위해 액션 스쿨을 다닌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근래 보기 드문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잔인무도한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하고 스릴러와 코미디를 잘 버무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과는 결이 또 다르다. `살인의 추억’이 격조 있는 드라마로 사회성 짙은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했다면, `내가 살인범이다’는 액션이 도드라지면서 좀 더 저렴한 B급 정서를 풍긴다. 뱀을 화살로 맞히는 조잡한 CG(컴퓨터그래픽)는 제작비가 모자라서 그런 것인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튀는 4차원의 이미지다.
 살인범에게 기자가 한다는 질문이 `피부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라든가, 선정성과 시청률에 목맨 방송사의 쇼 비즈니스 행태, 대중의 비이성적인 팬덤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로 쓴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감독이 추구하는 개성이라면 또 하나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조화롭다. 정재영은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스크린에 처음 데뷔한 박시후도 안정적이다. 조연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이는데, 특히 희생자의 엄마로 나오는 김영애의 핏발 선 분노의 눈빛은 압도적이다.
 11월 8일 개봉. 상영시간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