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영역서 통제불가한 혁명,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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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영역서 통제불가한 혁명,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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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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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로얄 어페어’… 18세기 덴마크 변혁기 배경

사랑과 정치 오묘하게 얽힌 드라마 치밀하고 역동적으로 엮어
정치 생리 냉정하게 그리며 어렵게 진보하는 역사 담아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도, 그 꿈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의 사랑도,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너무 뜨겁게 타올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뜨거운 피와 심장을 지닌 인간에게 혁명과 사랑은 차가운 이성의 영역에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덴마크 영화 `로얄 어페어’는 그 두 가지 욕망이 결합해 특별한 결과를 빚어낸 실제 역사의 한순간을 포착했다. 사랑과 정치가 오묘하게 얽힌 드라마를 치밀한 이야기와 역동적인 리듬으로 엮어낸 솜씨가 돋보인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는 계몽주의가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가지만, 덴마크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귀족들의 횡포가 여전하다. 이때 덴마크 왕실에는 영국 출신의 캐롤라인이 왕비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상형의 왕을 꿈꾼 캐롤라인의 바람과는 달리,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는 정신병이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기행을 일삼고 창녀들과 놀기에만 바쁘다. 캐롤라인은 어쩔 수 없이 왕세자를 낳지만, 왕에게 질려버려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덴마크 왕실을 개혁해보자는 계몽주의 지식인들의 전략으로 독일 출신 의사인 요한 스트루엔시가 왕의 주치의로 궁에 들어온다. 왕의 외로움을 잘 헤아려준 요한은 금세 왕의 신임을 얻고 왕실 안에서 영향력이 커진다.
 처음엔 요한을 미심쩍게 봤던 캐롤라인도 요한이 갖고 있는 책들을 빌려본 뒤 마음을 열고 그의 자유주의, 계몽주의 사상에 감화된다. 캐롤라인의 응원으로 요한은 왕에게 `연기’를 하듯 의회와 귀족들에 맞서라고 충고하고 왕의 각성과 노력으로 상당한 개혁 법안이 통과된다.

 가슴에 품어온 이상이 실현되는 것을 보면서 캐롤라인과 요한은 행복한 기분에 젖고, 두 사람 사이에 싹튼 사랑도 뜨겁게 불붙는다.
 하지만 요한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귀족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채고 이들을 궁에서 몰아낼 계략을 꾸민다.
 

두 남자배우 불꽃 튀는 연기 팽팽한 긴장감 유지
베를린영화제서 남우주연상·은곰상 수상

 영화는 여주인공 캐롤라인의 시점으로 시작해 끝나지만, 핵심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젊은 지식인들의 열망을 그린다.
 기득권층 귀족들과 싸워 어렵게 통과시킨 천연두 예방접종, 거리 청소부 확대, 농노의 노동시간 축소, 고문·검열 금지법 등으로 백성은 가난과 질병, 고문, 검열의 괴롭힘에서 잠시나마 해방된다.
 하지만 역사에서 개혁은 늘 피를 요구했다. 진보 세력을 물어뜯으려 혈안이던 하이에나 같은 귀족들에게 `스캔들’은 최고의 먹잇감이 된다. 영화는 이런 정치 생리를 냉정하게 그리며 역사가 얼마나 어렵게 진보하는지 보여준다.
 또 사랑이란 감정으로 인해 이성을 잃고 흔들리는 요한의 모습과 복잡한 감정의 고리로 엮인 왕과 요한의 관계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요한은 왕비와 동침하는 왕을 미워하고 질투하지만, 왕은 친구이자 동지이자 아버지 같았던 요한의 치명적인 잘못을 알고 난 뒤에도 그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이 두 남자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왕 크리스티안 역을 맡은 신인배우 미켈 보에 폴스라르의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폴스라르는 이 영화로 지난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요한역의 매즈 미켈슨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다른 영화 `더 헌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으며,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라있다.  상영시간 137분. 청소년관람불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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