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밀양…
  • 한동윤
아! 밀양…
  • 한동윤
  • 승인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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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밀양, 밀양 전기 어디서 올까?

“`조의제문’ 김종직 선생의
 유훈·정신 살아 숨쉬는 밀양
 송전탑 때문에 갈가리 찢어져”

 

 유교를 상징하는 경북 안동. 그리고 경남 밀양. 안동에 도산서원(陶山書院)이 있다면 밀양엔 예림(藝林書院)이 있다. 조선 성종 때의 유학자 점필재 김종직(金宗直) 선생의 지덕을 기리기 위하여 건립한 서원이다. 따라서 `밀양’ 하면 김종직이 떠오르고, 김종직 하면 밀양이 생각난다.
 김종직 선생 하면 수양대군(세조)의 단종(端宗) 폐위와 왕위 찬탈(簒奪)을 비난한 `조의제문(弔義帝文)’이다. 항우(項羽)에게 죽은 초나라 회왕(懷王), 즉 의제(義帝)를 조상하는 글이지만 세조에게 죽음을 당한 단종을 의제에 비유한 것이다. 선비를 싫어한 연산군은 `조의제문’을 핑계로 무오사화(戊午史禍)라는 옥사(獄事)를 일으켰다. 김종직은 부관참시(剖棺斬屍) 당하고 말았다.
 김종직 선생의 정신과 유혼이 머무는 밀양이 시끄럽다. `송전탑’ 갈등 때문이다. 올해 말 시험 가동하는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울주·기장·양산·창녕·밀양 등 5개 시·군을 거쳐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90.5㎞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공사의 일환으로 밀양에 세워야 하는 송전탑을 일부 주민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할머니들까지 나서 웃통을 벗어 제치고, 나무에 오랏줄을 매달아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 목을 매 죽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김종직 선생이 살아계셨으면 뭐라 하셨을까? “잘 한다” “조의제문을 쓴 기개처럼 더 가열차게 싸우라”고 하실까? 사리를 따져보자.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울주·기장·양산·창녕·밀양 등 5개 시·군을 거쳐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90.5㎞ 송전선로를 가설하려면 총 161기의 송전탑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109기가 세워졌다. 울주·기장·양산·창녕에서는 주민들이 동의한 가운데 송전탑이 하늘 높이 세워졌다.
 밀양에 세워져야할 52기만 남았다. 2005년 시작된 사업이 8년을 거치며 11차례나 공사가 중단과 재개를 거듭해왔다. 오로지 `밀양’ 때문이다. 논점은 간단하다. 계획대로 송전탑을 건설하느냐, 아니면 대안을 마련하느냐다. 현지 주민과 송전탑 건설 반대 대책위는 `우회 송전’, 또는 지중화(地中化)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됐고, 협의체는 지상에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현지 주민과 송전탑 건설 반대 대책위는 사생결단식으로 반대다. 전문가협의체에는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 측 전문가도 포함됐다.
 국민들이 `밀양’을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밀양도 외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쓰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밀양 주민들이 쓰는 전기 역시 다른 마을에 세워진 송전탑을 거쳐 송전되는 것이다. 송전탑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자녀들도 송전탑을 거친 전기에 의해 가동되는 직장에서, 공장에서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왜 `밀양’만 송전탑에서 예외여야 하는가? 이미 송전탑이 건설된 울주·기장·양산·창녕 주민들은 밀양 주민들을 어떻게 볼까?
 밀양 주민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이곳에도 `곡(哭)쟁이’들이 파고 들었다. 처음엔 주민 반발도 환경이나 보상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는 일이라고는 `반대’가 전부인 일부 환경단체, 우리 4대강 치수 기술 태국 진출에 재를 뿌린 매국노들이 들어서 문제를 키웠다. 이들이 조용하고 상냥하기만 했던 밀양의 할머니들을 `투사’로 만든 것이다. 누가 우리 할머니들을 저토록 극악스럽게 만들었는가.
 `밀양’은 `조의제문’ 김종직 선생의 유훈과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김종직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도덕적 이상사회를 꿈꾼 지식인이다. 정몽준, 길재 등이 수렵한 학문을 계승해 도덕경세(道德經世)의 철학으로 솔선했다. 김종직 선생이 잠든 밀양은 우리나라 지식인의 정신적 고향이다. 그런 밀양이 지금 `송전탑’ 때문에 갈가리 찢어진채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밀양의 자랑스러운 선현(先賢), 대한민국 영혼의 본향인 김종직 선생의 `조의제문’ 정신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대의를 위해 바른 말을 참지 않은 점필재 선생의 부릅뜬 눈이 두렵다. 밀양 시내를 뒤덮은 현수막과 구호판부터 모조리 걷어치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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