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부영화가 생각난다. 제목이 `돌아온 장고’였던 것 같은데 정확치 않다. 그러니 무엇하나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는 셈이다. 다만 땡볕 아래 커다란 물통을 `포로’들에게 머리위로 들고 사막을 가게 하면서 그늘을 즐기던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르기는 한다. 그는 목이 말라 쩔쩔매는 포로들은 아랑곳없이 물통에 총을 쏴 자기만 시원한 물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그러나 그 호사는 오래가지 않은 것 같다.
경북 동해안을 휩쓸어온 적조현상이 일단 주춤해진 상태라고 한다. 그동안 꼬리를 물어온 땡볕을 생각하면 적조의 맹위를 휘어잡을 세력이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적조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니 희한한 일이란 생각까지 든다. 지난 열흘 사이에 경북 동해안 어민들이 적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피해가 무릇 얼마인가. 양식장 11곳에서 어류 92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를 돈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4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양식어류가 하루 평균 4억 원어치 씩이나 죽어나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냉수대가 언제 사라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번 동해안 적조사태도 냉수대가 사라지면서, 적조가 밀고 올라와 벌어진 사단이다. 냉수대는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 지금 같은 땡볕이 계속된다면 바닷물이 언제 또 뜨거워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적조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냉수대가 어민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지만 지금으로서는 돌아온 냉수대가 반갑기 그지없게 마련이다. 그래서 `돌아온 장고’가 생각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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