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벡, 내한 공연서 세월호 희생자 애도 표하기도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없는 그야말로 거장의 연주였다. 자신의 몸과 같은 기타로 만들어내는 음 하나하나에 관객은 숨을 죽이고 집중하다 매번 노래가 끝나고서야 깊은 탄성을 토해냈다.
그가 부드럽게 고음을 뽑아낼 때는 공연장을 떠돌던 날벌레까지 소리에 이끌려 기타로 천천히 날아들어 앉아 연주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기타의 전설’ 제프 벡(70)의 공연은 거장의 기타 연주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이번 내한은 2010년에 이어 두번째다.
벡은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그는 블루스 록을 시작으로 재즈 퓨전과 사이키델릭 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음악을 개척한 기타리스트로 추앙받는다.
그룹 야드버즈 출신인 벡은 새로운 기타 사운드를 보편화하고 록에 인도 음악의 선법을 도입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로 `기타의 전설’혹은 `기타의 신’으로 불린다.
이날도 분신과도 같은 흰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와 등장한 벡은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정장 차림에 왼쪽 옷깃에는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그는 첫 인사에서 관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함께 낮은 목소리로 “사고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진 공연에서 `리틀 윙’, `대니 보이’ 등 관객을 달래는 듯한 잔잔한 여러 곡을 선사하기도 했다.
기타 줄을 들어 올리며 음의 변화를 주는 벤딩 주법은 물론 `비브라토 암 주법’이나 `볼륨 주법’ 등을 구사하며 전설의 연주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특히 보틀넥(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유리 기구) 주법으로 고음을 하나씩 짚을 때는 신기하다는 관객의 탄성이 이어졌다.
그는 블루스, 록, 컨트리는 물론 때로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그가 기타에 손을 댈 때마다 소리는 날카롭게 찢어지고,부드럽게 울리고, 가냘프게 울부짖었다.
공연장인 올림픽홀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듯한 악기 소리의 질과 연주자 사이의 조화도 일품이었다. “관객이 가득한 상황까지 고려해 리허설을 한다”는 그의 섬세한 노력을 증명하는 듯했다.
공연을 본 한 유명 기타리스트는 “엄청난 에너지의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마치 미리 녹음된 음원을 틀어놓은 것 같은 완벽함과 70대로 믿어지지 않은 열정이 공존하는 연주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날 공연을 본 젊은이들을 모두 기타리스트를 꿈꾸게 만들 `기타 히어로’의 모습 그대로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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