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서울동작을 국회의원보선 기동민 후보는 애초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고향을 찾아간 그를 서울 동작을로 끌어 올린 건 새정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다. 이른바 `전략공천’이다. 그러자 동작을에 터를 닦아온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패륜공천”이라고 반발하고 기 후보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공천을 받은 기 후보가 불과 10여일 만에 동작을 후보를 사퇴해버렸다. 동작을에 `알박기’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와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선배니까 양보해달라”(기동민), “여론조사에서 내가 앞서니 양보하라”(노회찬)며 기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 가운데 기 후보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왜 후보를 사퇴하는지 설명도 없다. 오로지 “새누리당과 싸워 이겨야겠다”는 게 전부다.
새정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의당과의 “당 대 당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아왔다. 그랬던 새정연이 동작을 기동민 후보가 정의당 후보에게 양보하고 사퇴하기 직전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비밀회동을 가졌다. 기 후보를 광주 광산을에서 끌어 올린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기 후보 사퇴에 “안타깝다”, “기 후보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고 남의 말 하듯 했다. 그러나 김한길-심상정 비밀회동 직후 경기 수원 병(팔달), 수원 정(영통)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연쇄적으로 후보를 사퇴했다. 야합(野合)이 이뤄진 것이다.
서울동작을에서 기동민 후보에게 공천을 뺏기고 “패륜공천”이라고 비난했던 허동준 위원장은 “나도 죽고 기동민도 두 번, 세 번 죽었다”고 개탄했다. 기 후보에게 공천을 뺏기고 반발하다 “기 후보 당선에 앞장서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정작 기 후보는 정의당 노 후보에게 공천을 헌납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새정연과 정의당이 3개 지역에서 후보단일화에 성공했지만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난 21일 이미 투표용지에 등록한 후보 이름이 명기됐고 그 이후 단일화가 성사됐어도 그 이름이 남은 상태에서는 단일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연과 정의당이 후보를 단일화한 동작을에서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누구로 단일화돼도 나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정연과 정의당이 단일화한 수원병(팔달)·수원정(영통) 역시 새누리당이 우세하다. 과연 선거를 불과 6일 앞둔 깜짝쇼로 새정연과 정의당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끼리 지역구를 갈라 먹거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짝짓기를 통해 공천을 포기하는 건 정치쇼에 해당된다. 후보를 양보하는 정당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공무담임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자, 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 동작을의 새정연 당원과 지지자들은 새정연 후보의 출마포기로 지지할 후보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 대부분이 정의당 후보를 찍겠지만 새정연은 동작을의 당원과 지지자들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수원 영통에 출마한 정의당 천호선 대표의 출마포기는 정의당 전체를 새정연에 넘겨준 행위에 해당된다. 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고 후보등록을 마쳤다면 완주(完走)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새정연이 동작을에서 정의당에 후보를 양보했다고 당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고 말았다. 이게 새정연과 안철수 대표가 외쳐온 “새정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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