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공무원
  • 모용복국장
갑질 공무원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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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후 공무원 최고 인기
낮은 임금·악성 민원 등 인해
최근 들어 公試열풍 시들해져
공무원 보호할 각종 대책 마련
치킨 집 구청 공무원 추태 등
잇단 공무원 갑질로 국민공분
公僕 마음가짐 되새겨야 할때

이른바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민 혈세로 정년이 보장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고될 일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에 직면하자 영원할 것 같았던 굴지의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지고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됐다. 교사와 공무원 인기는 이때부터 장작불에 기름 붓듯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공시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청년들은 모든 걸 제쳐두고 ‘신의 직장’을 잡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렸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지금 공무원은 여전히 인기 있는 직업이긴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공직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공시열풍은 크게 꺾였다. 지난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은 22.8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통계작성이 시작된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낮은 처우와 과중한 업무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악성 민원인의 갑질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공무원까지 잇달아 나오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우려도 잠시, 최근 들어 갑질을 일삼는 공무원들이 속속 등장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대구 중구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공무원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 중구청 소속 직원 4명은 지난 7일 신혼부부가 운영하는 치킨 집에서 고의로 바닥에 맥주를 여러 차례 쏟고, 이를 청소한 여사장을 향해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 일행 중 한 명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 모르는 사람 없다”며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 주겠다”고 겁박했다. 또 다른 한 명도 가게 상호를 말하면서 “SNS에 올려 망하게 해 주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언론과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중구청장은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지난 9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의정부시 산하 공기업인 의정부도시공사 직원이 ‘음료 맛이 이상하다’며 음료 컵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 업주에 따르면 이 공사 직원은 “시청 직원인데 영업 못하게 해 주겠다. 각오해라” 등 협박성 발언과 욕설을 퍼부으며 음료 컵마저 던졌다.

17일 청주시에서는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등 공무원들이 기간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0여 년 간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공무원 4명은 각자 10만원씩을 걷어 기간제 근로자에게 주고 점심을 준비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간제 근로자는 70대로, 그의 업무는 청소 등 시설물 환경정비인데 업무와 관련 없는 식사 준비를 한 것이다.

갑질은 사회, 경제, 직업 등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을 부당하게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부적절한 대우를 하거나 요구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타인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욕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 면에서 갑질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그런데 갑질이 만연하게 되면 인간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공동체가 파괴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상과 종교가 생겨나고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불거진 오너 일가 일탈로 대한민국에서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래 그 심각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악성 민원도 문제지만 공무원들의 갑질은 더욱 문제다. 각종 인·허가권을 손에 쥔 공무원이 권력을 휘두르면 그 폐해는 민간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장사 망하게 하겠다’는 구청 공무원의 말이 단지 협박성 발언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흔히 공무원을 가리켜 ‘공복(公僕)’이라 부르는 것은 그들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우에라도 주민에게 봉사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져야 한다. 이러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국민의 공복이 될 자격이 없다. 대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갑질 공무원들의 말로(末路)는 비참하다. 이런 공무원은 하루 빨리 공직사회를 떠나는 게 본인 신상(身上)에 이롭고 국민 혈압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된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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