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라디오 그만두고
노래 다시 부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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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다시 부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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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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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25년 만에 신곡‘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발표 

 “라디오 프로그램을 34년간 진행했으니 직장인이나 다름없었죠. 8년 전 라디오에서 ‘명퇴’(명예퇴직) 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다시 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16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유석(70·사진)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친근하고 익숙했다.
 포크 1세대인 그가 1970~80년대를 가로지르며 들려준 노래뿐 아니라 수십 년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 음색이었고, 수많은 연예인이 흉내 내던 성대모사의 오리지널 말투였다.
 성대모사 덕인지 젊은이들에게도 목소리가 친숙하다고 인사하자 그는 “요즘은 성대모사를 안 하니까 섭섭하더라”며 푸근한 웃음으로 답했다.
 1970년대 ‘가는 세월’로 큰 사랑을 받은 서유석이 1990년 11집 ‘홀로아리랑’ 이후 25년 만에 신곡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를 발표했다.
 그는 “1973년 T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18년 6개월간 진행하는 등 방송을 하느라 앨범을 낼 겨를이 없었다”고 긴 공백을 설명했다.
 “라디오를 그만둔 뒤 음악을 다시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지금 노인 세대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고 해방둥이인 저 역시 어느덧 그 세대가 됐더군요. 그런데 ‘풀죽어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란 생각에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란 가사로 시작되는 신곡은 쉬운 멜로디에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후렴구의 코러스가 조화를 이룬 컨트리풍의 포크송이다.
 특히 사회의 중심축에서 한켠으로 밀려난 노년층의 현실과 남은 삶에 대한 의지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노랫말은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포용력이 있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에 등산가고 화요일에 기원 가고 수요일에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가 집~’(‘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중)
 얼핏 이 곡에선 과거 시대와 세태를 꼬집던 서유석의 음악적인 화법이 다소 유연해진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가 김민기, 양희은 등이 활동한 명동 YWCA 노래모임 ‘청개구리’ 출신으로 ‘철날 때도 됐지’, ‘파란 많은 세상’, ‘세상은 요지경’, ‘타박네’ 등 초창기 곡들부터 4집 ‘걸작집’까지 사회를 향한 풍자와 냉소에 가감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들은 정권에 의해 금지곡이 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신곡은 이보다 한층 정감 있지만 꼿꼿한 노래꾼 특유의 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정곡을 찌르는 가사와 서민적인 정서는 공감의 폭을 넓히며 입에 착착 붙는다. 그 덕에 이 곡은 음원 공개 전인 지난해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소리없이 강한 반향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정식 발표 전에 뜬 셈이다.
 서유석은 “곡을 만들어 교회 등 여러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걸 들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들이 생겨났다”며 “처음엔 금산에 어느 목사님 부인이 남편, 동네 스님과 함께 영상을 올렸는데 이후 할머니 합창단, 아버지와 아들·딸, 직장인 동호회가 잇달아 노래하며 커버 영상을 올려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화제가 된 건 지난해 6월 60대 어르신 네 명이 이 곡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 ‘너는 늙어봤냐? - 60대 어르신 자작뮤비’란 제목의 영상이다.
 “서유석 선생님의 새로운 곡입니다”라는 소개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60대 여성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주도하고 양옆에 앉은 할아버지 3명이 탁자를 치면서 박자를 맞추고 화음을 넣는다.
 16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83만 건을 넘어섰고, 이후 생겨난 커버 영상들의 조회수까지 합하면 100만 건을 기록했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이 세대간, 지역간 소통을 꾀하며 장년층 가슴에 뭉클한 추억을 불러일으켰듯이, 이 곡도 그 세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호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접점이 있다.
 서유석은 “동세대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고 젊은이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며 “우리 세대뿐 아니라 젊은층도 이 곡에 공감했다는 댓글이 많아 고맙더라”고 말했다.
 우연히도 동료 뮤지션 양희은과 같은 날 신곡을 발표했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반가움을 나타냈다.
 “꼭 들어봐야겠네요. 같은 시대에 활동한 뮤지션이 함께 신곡을 낸 게 힘이 되고 반갑네요. 서로 응원해줘야겠습니다.”
 서유석은 신곡에 이어 3월 즈음 정규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앨범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와 윤항기 선배님이 선물해준 곡까지 신곡은 2곡 담깁니다. 여기에 제가 그동안 사랑받은 노래인 ‘가는 세월’, ‘그림자’, ‘타박네’, ‘아름다운 사람’, ‘뚝 잘라 말해’를 함께 수록합니다.”
 1970년 신세기레코드가 발표한 옴니버스 앨범에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마곡 ‘사랑의 노래’를 불러 데뷔한 그는 올해 데뷔 45주년이 됐다. 1976년 발표한 ‘가는 세월’은 당시 MBC와 TBC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5주 동안 1위를 했고 여전히국민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패티김, 김부자 등 쟁쟁한 대형 여가수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앨범에서 노래를 한 곡 불렀는데 이게 완판이 되면서 신세기레코드에서 1집 출시로 이어졌다”며“데뷔로 치면 45년이지만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그간 사랑 노래보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려고 고민해 앨범을 쉽게 내기 어려웠고 방송 활동을 하느라 노래 부를 겨를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마지막 LP 세대”라며 “그런데 이번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CD를 내고 디지털 음원도 내게 됐다. 공연도 할 건데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노래할 생각에 설렌다”고 웃었다.
 그리고는 기대감에 넘친 짱짱한 한마디가 이어졌다.
 “술, 담배를 안 하고 1주일에 서너 번 헬스클럽 가서 운동하고 주말에 테니스를 칩니다. 아직 목소리는 자신 있습니다. 하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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