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20여년전 서울과 평양 사이엔 겉보기에라도 대화와 교류가 잦았던 편 이었다. 그때 공동취재단의 한 사람으로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쪽 기자들과 ‘거지 논쟁’을 벌인 일이 생각난다. 서울에 와봤던 누군가가 거지 이야기를 꺼내자 그들은 ‘한 건’했다는 듯 헤벌쭉해졌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한마디 해줬다. “모스크바에 가보셨나요? 거기에도 거지는 있던데요.” 그 한마디에 그들의 얼굴이 굳었다.
옛 소련(蘇聯)수상 후루시초프는 언행이 거칠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만큼 남이 거친 소리를 해도 잘 이해했다고 전해온다. 유달리 소란한 파티를 마치고난 뒤 그는 이 파티의 주인에게 “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잡하군요”라고 한마디 건넸다. 그러자 중요국가를 대표하던 이 주인은 “그렇다면 애써 다시 올 생각은 마시죠”라고 응수했다. 후루시쵸프는 놀랐지만 이 응수를 기분좋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지사의 북한공연단 초청은 지자체 단체장으로서는 처음인 것같다. 북한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경북도는 북한 전용무대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특별대우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다고 북한의 딱딱하게 굳은 마음이 눈녹듯하지는 않을 게다. 마치 남한은 ‘거지의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주입받고 살던 20여년전 북한 기자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권유하고 싶다. “오랜만에 초대를 받았는데 한번 와 보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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