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꼭지 논쟁
  • 김용언
수박꼭지 논쟁
  • 김용언
  • 승인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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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조선조 세종대왕 시절 한 내시가 궁궐 주방에서 수박을 훔치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내시는 볼기를 100대나 맞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세종은 그를 경북 영해로 귀양살이를 보냈다고 한다. 그 7년뒤 수박 도난 사건이 또 벌어졌다. 이번의 범인은 곤장 80대를 맞았다. 썩은 수박이라는 이유로 세종이 관용을 베푼 덕분에 참수를 면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백성 사랑이 지극했던 성군조차 격노하게 했을만큼 그 무렵 수박은 귀중한 먹을거리였다. 지금 시세로 따지면 쌀 반 가마에 해당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수박 씨는 고려 충렬왕 때 고려 출신 몽골 장군 홍다구(洪茶丘)가 들여왔다는 기록을 허균이 도문대작에 남겼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들여왔으나 재배가 어려웠던지 왕조가 바뀌어 세종조에 이르도록 수박은 여전히 ‘귀하신 몸’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박꼭지를 짧게 잘라 유통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래 방식대로 ‘T자형’으로 꼭지를 자르나, 1㎝길이로 자르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T자형’꼭지를 만들려면 가위질을 3번해야 하는데 헛수고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번만 짧게 자르면 연간 344억~ 627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도 따랐다.
 요즘 ‘5월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며칠전 더위를 식히려고 이마트에서 수박을 한 통 사들고 오면서 보니 ‘T자형’꼭지가 그대로 있었다. 종래의 방식을 고집하는 농민이 출하한 수박이었던 모양이다. 수박을 들고 오다보니 ‘T자형’꼭지가 바지에 스쳤는지 땅에 떨어져 버렸다. 바짝 마른 꼭지였다. 관심거리였던 수박 맛은 일품이었다. 이 경우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주장이 농민 주장을 이긴 셈이다. 다른 곳에선 어떤 사례가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 않아도 될 가위질을 3 번 하거나, 1번 하거나  수박 맛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정부의 권장을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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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수박 2015-06-01 12:32:48
중국에서 수박이 들어오는 날에 T자형이 국산과 중국산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니 정부의 권장이 무조건 옳은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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