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조선조 세종대왕 시절 한 내시가 궁궐 주방에서 수박을 훔치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내시는 볼기를 100대나 맞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세종은 그를 경북 영해로 귀양살이를 보냈다고 한다. 그 7년뒤 수박 도난 사건이 또 벌어졌다. 이번의 범인은 곤장 80대를 맞았다. 썩은 수박이라는 이유로 세종이 관용을 베푼 덕분에 참수를 면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백성 사랑이 지극했던 성군조차 격노하게 했을만큼 그 무렵 수박은 귀중한 먹을거리였다. 지금 시세로 따지면 쌀 반 가마에 해당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수박 씨는 고려 충렬왕 때 고려 출신 몽골 장군 홍다구(洪茶丘)가 들여왔다는 기록을 허균이 도문대작에 남겼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들여왔으나 재배가 어려웠던지 왕조가 바뀌어 세종조에 이르도록 수박은 여전히 ‘귀하신 몸’이었다.
요즘 ‘5월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며칠전 더위를 식히려고 이마트에서 수박을 한 통 사들고 오면서 보니 ‘T자형’꼭지가 그대로 있었다. 종래의 방식을 고집하는 농민이 출하한 수박이었던 모양이다. 수박을 들고 오다보니 ‘T자형’꼭지가 바지에 스쳤는지 땅에 떨어져 버렸다. 바짝 마른 꼭지였다. 관심거리였던 수박 맛은 일품이었다. 이 경우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주장이 농민 주장을 이긴 셈이다. 다른 곳에선 어떤 사례가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 않아도 될 가위질을 3 번 하거나, 1번 하거나 수박 맛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정부의 권장을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싶기도 하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