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실존주의의 선구자인 독일 철학자 니체는 저서 ‘우상의 황혼’에서 이성적 죽음으로서의 안락사론을 토대로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의 수행을 의사들의 의무로 제시했다고 한다. 한 개인이 자율적 판단에 의해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건 이성적 죽음의 형태라는 것이 니체의 견해였다. 따라서 그 결정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의사들은 그를 도와야 할 도덕적 의무를 띠고 있다는 게 니체의 주장이다.
조력자살은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을 처방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당사자가 직접 자기 몸속에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의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나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불치병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주는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영국 BBC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던 명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는 85세 때인 지난 2009년 열 두 살 아래의 아내와 함께 스위스의 한 클리닉에서 동반 조력자살로 생을 닫았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3) 박사가 “조력자살을 고려하겠다”고 말해 지구촌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바람과는 반대로 누군가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모욕”이라며 “세상에 더는 도움이 안 되고 주변에 짐만 된다고 느껴지면 조력자살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는 거다.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왔음을 드러낸 충격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탁월한 재능의 세기적 천재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인가. 호킹의 ‘조력자살 고려’ 소식을 보면서 햄릿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고 한 인간의 번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