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는 못 말려
  • 김용언
홍 지사는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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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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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5일 경남 창녕군 장마면 힐마루골프장 퍼블릭코스에서 도지사를 비롯해 도내 시장·군수 6명, 도의원, 도청과 18개 시·군 공무원 등 140여명이 35개팀으로 나눠 참가했다. 골프장 주변에는 50여명이 골프대회를 비난하는 집회를 가졌다. 하여간 ‘못말리는’ 홍준표다.
 홍 지사는 개회식에서 “영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20여년이 된 골프는 국민적 스포츠며,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면서 “정권만 바뀌면 공무원들이 골프를 못 치게 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했다. 무슨 일만 있으면 등산과 축구는 해도 되고 골프는 못하게 하는 위정자 인식은 정말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이젠 골프도 스포츠다. 우리나라 여자골프 선수들의 활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메이저 대회가 열렸다 하면 우리 여자선수가 우승하고 베스트 10의 절반 이상이 우리 선수들이다. 세계골프대회는 대한민국 여성 골퍼들의 잔치가 된지 오래다. 그런 마당에 공무원들의 등산과 축구는 괜찮고 골프는 안된다는 발상이 우습긴 하다. 홍 도지사는 이날 골프장 입구에서 반대시위를 벌인 시민단체를 겨냥, “골프대회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들은 G7 세계정상회의도 반대하는 등 (행정에서) 하는 일을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이 말도 일리가 있다. 골프장까지 달려와 반대시위를 벌인 시민단체의 속성이 그렇다. 홍 지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이 ‘관피아’ 논란에 휩쓸리고 연금개혁 과정에서 사기가 떨어졌다. 공무원 사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융성할 수 없다”고 골프대회 강행 이유를 밝혔다.
 홍 지사의 골프 ‘신념’은 참가 공무원들에게 1인당 25만원 상당의 골프장 이용료(그린피·캐디피·카트비 포함)를 내게한 데서도 드러난다. 공무원에게 ‘25만원’은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타수가 적은 1~3위 팀에 공무원 행사 경비로 책정된 예산을 활용해 100만~300만원의 상금도 줬다. 결국 주민 세금이 골프대회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회원과 학부모 등 50여명은 골프장 입구에서 “도민 정서 거스르는 골프대회를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남도가 지난 4월부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것을 언급하며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향해 ‘정신이 있나 없나, 지금이 골프 할 때냐’고 소리쳤다. 창원시 내서읍 학부모 자격으로 참가한 송순호 창원시의원은 “홍 지사가 도민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 무상급식 실현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의 공무원 골프대회에 대해 인터넷 여론도 갈린다. 한 네티즌(backtothedeepeye)은 “주민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아주 요상한 짓거리만 하고 자빠졌어. 공무원 위하라고 뽑아놨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정말로)은 “골프를 치면 정말 나쁜 사람이냐? 한때 공무원 기강차원에서 금지를 시켰다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공무원들의 사기진작과 업무효율 면에서 큰 장점이 많거늘, 어떻게 사사건건 홍 지사님 흉이나 보고 흠을 잡냐?”라며 “공짜만 바라는 주민들의 주장을 함께 얼버무려 시비를 건다는 것 또한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홍 지사는 지난 4월 미국 출장 중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부인과 골프를 쳐 입방아에 올랐다. 더구나 현지 사업가가 스폰서로 나선 것으로 알려져 거센 비난을 샀다. 이 때문에 경남도 시민단체들은 홍 지사가 ‘미국 출장 골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무원 골프대회를 강행했다고 비판해왔다. 홍 지사는 미국 출장골프를 사과해야 했다.
 공무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골프를 ‘귀족들의 놀이’로 보는 시각이 국민들 사이에 엄존하지만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홍 지사가 골프대회를 열지 않았어도 경남도 공무원들은 제 각각 알아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어제 몇 타를 쳤다”느니 “공이 안맞았다”느니 골프가 화제다. 공무원들의 취미생활인 골프대회를 나무랄 이유는 없다. 그러나 홍 지사의 골프대회는 보기가 거북하다. 홍 지사가 “등산과 축구는 해도 되고 골프는 못하게 하는 위정자 인식은 정말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등산과 축구와 골프가 어떻게 똑같은가. 1인당 25만원이 드는 골프가 어떻게 배드민턴과 탁구와 같은가? 공무원이 25만원의 골프피를 내려면 누군가 ‘스폰서’가 붙어야 가능하다. 바로 여기에 부정 부패의 근원이 있다.
 공무원 골프를 막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막아봤자다. 골프를 즐길 공무원들은 감시가 없는 곳으로 달려가 골프를 즐긴다. 문제는 홍 지사가 그 골프를 버젓이 내놓고 대회를 강행한 데 있다. 더구나 홍 지사는 경남도의 무상급식을 중단함으로써 반대세력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홍 지사가 꼭 이런 골프대회를, 이런 상황에서 주민 세금 600만원까지 투입해 열어야 했을까? 홍준표는 정말 못말리는 ‘홍 반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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