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딱고개
  • 정재모
깔딱고개
  • 정재모
  • 승인 2015.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산에 가면 반드시 있게 마련인 게 ‘깔딱고개’다. 힘이 들어 숨이 목구멍까지 컥컥 차올라 할딱거리게 되는 막바지 오름길을 이르는 말이다. 꼭 높은 산에만 있는 고개가 아니다. 낮은 산에도 있다. 삼천리 방방곡곡 사람 사는 마을마다 산이 있는 곳이라면 깔딱고개는 어디든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깔딱고개는 복합어 보통명사일 것인데도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특정 지방에서만 쓰는 사투리는 아닐 성 싶은데 왜 없을까, 실없이 궁금하다.
 부사 ‘깔딱’은 곧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하는 소리를 시늉하는 의성어다. 힘에 부치도록 산을 오르고 또 올라 막판에 다다를 즈음에 할딱거리게 되는 지점은 누구에게나 고되다. 높은 산이건 낮은 산이건 있게 마련인 깔딱고개는 또 꼭 산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살림살이에도 있고 인생길에도 있다. 일생을 살면서 누구나 나름대로의 깔딱고개를 경험하지 않을 이가 없을 거다. 그리고 올바른 삶이라면 그건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야 할 난관이다. 결코 못 넘을 재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깔딱고개란 말을 썼다. 지난 7일 대구 달성군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시민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산을 오르다 보면 한 고비, 딱 한 고비, 흔히 깔딱고개라고 하는데, 그 고비를 넘기는 게 아주 힘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한다”고 한 것이다. 뉴스 분석가들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점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풀이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불 고지(2007년)를 넘어선 지도 어언 8년이 지나고 있으나 여태 3만불의 고개는 넘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3만불 깔딱고개에 처해 있는 셈이다.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저런 난관 때문에 여러 곳에서 막히고 있다. 이 또한 깔딱고개라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깔딱고개란 힘겹다고 포기하고 되돌아서버릴 수는 없는 고지다.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다. 지금의 이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백번 옳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역시 또 다른 깔딱고개일 거란 생각이다. 깔딱고개는 언제 어디에나 늘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굴레가 아닐까. 그 깔딱고개를 넘고 또 넘어야 하는 게 인간 운명일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