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산에 가면 반드시 있게 마련인 게 ‘깔딱고개’다. 힘이 들어 숨이 목구멍까지 컥컥 차올라 할딱거리게 되는 막바지 오름길을 이르는 말이다. 꼭 높은 산에만 있는 고개가 아니다. 낮은 산에도 있다. 삼천리 방방곡곡 사람 사는 마을마다 산이 있는 곳이라면 깔딱고개는 어디든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깔딱고개는 복합어 보통명사일 것인데도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특정 지방에서만 쓰는 사투리는 아닐 성 싶은데 왜 없을까, 실없이 궁금하다.
부사 ‘깔딱’은 곧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하는 소리를 시늉하는 의성어다. 힘에 부치도록 산을 오르고 또 올라 막판에 다다를 즈음에 할딱거리게 되는 지점은 누구에게나 고되다. 높은 산이건 낮은 산이건 있게 마련인 깔딱고개는 또 꼭 산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살림살이에도 있고 인생길에도 있다. 일생을 살면서 누구나 나름대로의 깔딱고개를 경험하지 않을 이가 없을 거다. 그리고 올바른 삶이라면 그건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야 할 난관이다. 결코 못 넘을 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불 고지(2007년)를 넘어선 지도 어언 8년이 지나고 있으나 여태 3만불의 고개는 넘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3만불 깔딱고개에 처해 있는 셈이다.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저런 난관 때문에 여러 곳에서 막히고 있다. 이 또한 깔딱고개라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깔딱고개란 힘겹다고 포기하고 되돌아서버릴 수는 없는 고지다.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다. 지금의 이 깔딱고개를 넘고 나면 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백번 옳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역시 또 다른 깔딱고개일 거란 생각이다. 깔딱고개는 언제 어디에나 늘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굴레가 아닐까. 그 깔딱고개를 넘고 또 넘어야 하는 게 인간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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