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도둑
  • 김용언
농번기 도둑
  • 김용언
  • 승인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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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시골 길가 고구마 밭 앞에서 부부가 의견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저 고구마 이삭 주워갈까요?”  “이삭같지 않은 걸. 무슨 이삭을 저렇게 예쁘게 해놨겠어?” 그들은 행여 “도둑”소리를 들을세라 조심하는 것 같았다. 주워가봤자 한끼 간식거리 정도가 고작이었을 부부의 모습이었다.
 ‘도둑 만난 소’라는 말이 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사람을 뜻한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에 이 말이 나온다. “이번에는 또 어쩌다 여기 오시게 되셨소?” “까닭이라도 알았으면 발명이라도 하겄소마는, 무작정 끌고 오는 바람에 도둑 만난 소같이 이끄는 대로 끌려왔소. 한번 똥싼 개는 항상 저 개 저개 하더라고 내가 시방 그짝이오.”

 농촌 도둑들이 제철 만났다. 문 활짝 열어놓은 집, 논밭과 길가에 늘어놓은 농작물 …. 도둑에게는 곳곳에 ‘노다지’가 널려있는 셈이다. 때마침 경찰청이 ‘최근 5년간 농축산물 절도범죄 현황’을 새누리당 황인지 국회의원에게 제출했다. 3674건 이라고 했다. 한해 평균 1050건이고, 한달 평균 85건인 셈이라고 한다. 축산물 절도가 가장 많고 ‘들걷이’ ‘곳간털이’가 뒤를 잇는다. 경북의 검거율은 35%라고 했다. 발생 건수부터가 영 미덥지 않다. 신고 안 된것까지 생각하면 빙산의 일각을 보는 것만 같아서다. 경북 도둑은 셋 가운데 하나 꼴로 잡히는 셈이다.
 요즘 농산물 도둑들은 잽싸기가 거의 총알 수준이다. 자동차가 흔한 세상이다보니 저마다 기동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한적한 시골에서 범행거리가 눈에 들어오면 거리낄 게 없다. 반짝 들어 올려 차 트렁크나 적재함에 싣고 속력을 내면 그만이다. 차 뒤에서 두팔 휘저어가며 소리소리 질러봤자 이미 늦다. 버스 떠난 뒤에 손 들기 밖에 안 된다. 실려 가는 농·축산물은 하릴없이  ‘도둑 만난 소’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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