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시골 길가 고구마 밭 앞에서 부부가 의견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저 고구마 이삭 주워갈까요?” “이삭같지 않은 걸. 무슨 이삭을 저렇게 예쁘게 해놨겠어?” 그들은 행여 “도둑”소리를 들을세라 조심하는 것 같았다. 주워가봤자 한끼 간식거리 정도가 고작이었을 부부의 모습이었다.
‘도둑 만난 소’라는 말이 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사람을 뜻한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에 이 말이 나온다. “이번에는 또 어쩌다 여기 오시게 되셨소?” “까닭이라도 알았으면 발명이라도 하겄소마는, 무작정 끌고 오는 바람에 도둑 만난 소같이 이끄는 대로 끌려왔소. 한번 똥싼 개는 항상 저 개 저개 하더라고 내가 시방 그짝이오.”
요즘 농산물 도둑들은 잽싸기가 거의 총알 수준이다. 자동차가 흔한 세상이다보니 저마다 기동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한적한 시골에서 범행거리가 눈에 들어오면 거리낄 게 없다. 반짝 들어 올려 차 트렁크나 적재함에 싣고 속력을 내면 그만이다. 차 뒤에서 두팔 휘저어가며 소리소리 질러봤자 이미 늦다. 버스 떠난 뒤에 손 들기 밖에 안 된다. 실려 가는 농·축산물은 하릴없이 ‘도둑 만난 소’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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