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법이여…
  • 이경관기자
恨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법이여…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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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서편제’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마음의 ‘한’이 아름다운 풍광 속 스며든다.
 ‘서편제’는 우리의 음악 판소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텍스트다.
 영화 ‘서편제’는 이청춘의 소설 ‘서편제’와 ‘소리의 빛’을 원작으로 국내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1993년 영화화해 인기를 끈 작품이다.
 25일 조선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과 스승 신재효의 이야기를 그린 ‘도리화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20여년 전, 판소리를 통해 우리의 ‘한’의 미학을 그린 서편제와는 분명히 다른 성격의 상업영화라 아쉬움이 남는다.
 도리화가를 통해 판소리의 매력과 함께 재미를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서편제를 통해 진한 우리의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편제는 말이다. 사람의 가슴을 칼로 저미는 것처럼 한이 사무쳐야 되는데 니 소리는 이쁘기만 하지 한이 없어. 사람의 한이라는 것은 한평생 살아가며 응어리지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이 한을 쌓는 일이고, 한을 쌓는 일이 살아가는 일이 된단 말이다.”
 1960년대 초 전라도 보성 소릿재. 동호는 소릿재 주막 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소리품을 팔기 위해 어느 마을 대가집 잔치집에 불려온 소리꾼 유봉은 그 곳에서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양딸 송화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동호와 송화는 오누이처럼 친해지지만 아기를 낳던 금산댁은 아기와 함께 죽고 만다. 유봉은 수리품을 파는 틈틈히 송화에게는 소리를,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쳐 둘은 소리꾼과 고수로 한 쌍을 이루며 자란다.
 그러나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줄고 냉대와 멸시 속에서 살아가던 중 동호는 어미 금산댁이 유봉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자 유봉은 송화가 그 뒤를 따라갈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리의 완성에 집착해 약을 먹여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유봉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일을 사죄하고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몇년 후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와 유봉을 찾아 나선 동호는 어느 이름없는 주막에서 송화와 만난다. 북채를 잡는 동호는 송화에게 소리를 청하고, 송화는 아비와 그 똑같은 북장단 솜씨로 그가 동호임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헤어짐의 길을 떠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먹먹한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 어둔 세상에 소리치는 송화의 ‘한’과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동호와 송화의 이야기, 그리고 소리에 대한 집착을 가진 광기 어린 예술가 유봉까지. 이들이 전하는 삶의 이야기는 그 시대 우리민족의 생과 다르지 않아 슬프다. 가슴을 저미는 아릿한 슬픔이 잔잔히 맴돈다.  112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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