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의 사전엔 ‘흙수저’ 없다 
  • 김용언
마윈의 사전엔 ‘흙수저’ 없다 
  • 김용언
  • 승인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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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중국 최고 부자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그는 1982년 첫 대입시험에 낙방했다. 수학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1점을 맞은 탓이다. 대학입시에 떨어진 마윈은 사촌동생과 함께 시후호반의 한 3성급 호텔에 일자리를 구하러 갔다. 사촌동생은 정규직으로 취직되었지만 마윈은 임시직, ‘알바’로 취직되었다. 하지만 그마저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해고 되었다. “키가 너무 작고, 얼굴도 너무 못 생겨서 고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때문” 이란 게 해고사유였다. 호텔 알바자리마저 쫓겨난 마윈은 사무보조원도 하고 짐꾼도 했다. 쓰리쿼터를 타고 책 배달도 했다. 이듬해 대학입시에서 또 미역국을 끓였다. 이번에 받은 수학 점수는 고작 19점. 과락이었다.
 1984년 마윈은 부모의 만류를 무릅쓰고 3번째 대학시험에 도전했다. 마윈이 대입3수생이 되었던 까닭은 큰 꿈을 품었기보다 대학을 나오면 세치 혀로 먹고 살 수 있는 직종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마윈은 또 다시 쓴잔을 마셨다.
 대입3수에도 실패하자 절망한 마윈은 골방에 쳐 박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내세에는…’하며 잠만 내리 잤다. 그러던 어느 날 항저우사범학원(단과대학)영어과 입학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입학생수가 정원에 미달된 덕분에 마윈은 보결합격자로 뽑힐 수 있었다.
 대학생 마윈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명랑하고 융통성이 풍부하고 결단성이 있으며 다정다감한 젊은이로 변했다. 자기 자신에 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다. 자신의 생각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능력을 발휘했다. 마윈은 대학시절 천재적 창조력과 독창성으로 능동적인 행동과 연설을 하는 ‘행위자’ 로 변신했다.

 1988년 마윈은 대학졸업과 동시에 항저우전자공업학원 영어 및 국제무역강사가 되었다. 그의 강의실은 수강생들로 항상 만원이었다. 항저우시 10대 우수청년교사로 선정된 1992년, 마윈은 퇴직교사 몇몇과 함께 번역전문회사 하이보를 설립했다. 그러나 개업 첫 달 총수입은 700위안, 번역사 월급커녕 건물 월세 2400위안도 어림없었다. 마윈은 유명한 소상품 다품종 도매시장, 이우로 가서 손전기, 내의, 공예품 등을 사서 항저우시내에 내다 팔았다. 그 무렵 마윈은 영어강사·번역회사 사장·보따리장사를 겸한 ‘스리잡스’였다.
 마윈 회장을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입만 벌리면 떠드는 ‘흙수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변변치 못한 가정에 태어나 대학시험만 쳤다 하면 떨어지는 그로서는 아마도 중국이 ‘헬 차이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마윈은 그 역경을 이겨냈다. 이겨낸 정도가 아니라 ‘알리바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키웠다.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1679억달러 (190조원)로 애플을 훨씬 웃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 이상이다.
 마윈은 키 162㎝ 체중 45㎏의 약골이다. 그 스스로 “나는 못생겼다”고 말한다. 호텔 임시직에서 석 달 만에 쫓겨날만 하다. 그런 그가 중국을 상징하는 기업인, 중국 최고 갑부, 시진핑 주석의 해외순방에 가장 가까이 수행하는 대기업가가 되었다.
 지난 주말 2차 민중총궐기대회 한켠에서 좌파청년단체 회원들이 “대한민국 국민이길 거부한다”며 주민등록증을 자르는 등 ‘국민 사퇴’ 선언을 하고 나섰다. 청년좌파, 민중총궐기 대학본부, 알바노조 등 청년단체들은 청계광장 인근에서 ‘국민사퇴식’을 열고 주민등록증을 자르고 ‘나는 국가의 국민을 사퇴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참가자들은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모양의 패널을 훼손했지만, 일부는 진짜 본인의 주민등록증을 가위로 자르기도 했다.
 마윈은 대학시험에 세 번이나 낙방했어도, 임시직으로 취직한 호텔에서 “손님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석 달만에 쫓겨났어도 “흙수저” 타령을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자기 조국인 중국을 “헬 차이나”라고 모멸하며 자해(自害)하지도 않았다. 대신 열심히 생각하고 창업해 중국 최고 부자의 지위에 올랐다. “한국의 청년들이여 마윈을 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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