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호남 몰표를 얻었다. 광주에서 92%, 전남 89.3%, 전북 85.3%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몰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호남의 문 대표 지지율은 형편없다. 한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9%에도 미치지 못하는 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문 대표는 지금 당 안팎으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예고하며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고, 그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문 대표가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당내 분위기는 ‘친노’를 빼고는 대체로 ‘사퇴’ 쪽이다. 특히 문 대표에게 3년 전 90%의 지지를 보냈던 호남의 등 돌림이 심각하고 결정적이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2월 둘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대표 사퇴 찬성이 48.6%, 반대는 30.2%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문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과반인 53.3%로 조사됐다. 주목할만한 것은 만 19세 이상 20대 층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찬성하는 응답이 41.3%로 반대(30.6%)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는 점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호남에서 그만큼 문재인 대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다는 반증이다. 호남민 중에서도 60대 이상에선 거의 새누리당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20대들의 경우엔 문 대표가 이도저도 아니고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를 끌고 가는 것같은 상황 자체가 짜증나는 거다. 차라리 사퇴 하고 제대로 전대(全大)를 치르면 뭔가라도 끝이 날 수 있을 텐데, 이 상황이 계속되는 것에 짜증나고 질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파들의 모임인 ‘통합행동’도 긴급 회동 후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이석현·원혜영 의원 등 중진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선, 대표가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큰 흐름을 이뤘다. 비주류 의원 15명이 결성한 ‘구당모임’ 측은 성명을 내고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승리가 어렵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야권 대통합과 혁신을 통해 제1 야당이 거듭나기 위해 문 대표가 혁신전당대회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문 대표의 사퇴를 재차 압박했다. 문 대표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그러나 문 대표는 완강하다.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에 “분열하는 제안은 절대 못 받는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 카드를 흔들지만 절대 탈당할 수 없을 것으로 믿는 눈치다. 오히려 “안 의원은 새정련의 창업주”라며 당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문 대표가 이번 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안 의원이 다음 주 탈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압박하고 있다. 안 의원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1차로 7~8명, 또는 10명 안팎의 의원이 동반 탈당하고, 2·3차까지 20~30명 정도가 새정치연합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호남의원들이 많이 탈당할 것 같다”고 했다. 이래도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느냐는 엄포다.
문 대표는 사퇴 압박에 버티면 버틸수록 위상에 금이 가는 형국이다. 3년 전 90%의 지지를 보냈던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은 문 대표에게 치명상이다. 그 배경을 보면 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박원순·안철수 3인 공동지도부’ 구상이 결정타 노릇을 했다. 세 사람 모두 부산-경남 출신인데 새정련의 텃밭인 호남을 완전 소외시킨 것이다. 문 대표는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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