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死卽生’
  • 김용언
문재인의 ‘死卽生’
  • 김용언
  • 승인 2015.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호남 몰표를 얻었다. 광주에서 92%, 전남 89.3%, 전북 85.3%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몰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호남의 문 대표 지지율은 형편없다. 한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9%에도 미치지 못하는 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문 대표는 지금 당 안팎으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예고하며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고, 그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문 대표가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당내 분위기는 ‘친노’를 빼고는 대체로 ‘사퇴’ 쪽이다. 특히 문 대표에게 3년 전 90%의 지지를 보냈던 호남의 등 돌림이 심각하고 결정적이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2월 둘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대표 사퇴 찬성이 48.6%, 반대는 30.2%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문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과반인 53.3%로 조사됐다. 주목할만한 것은 만 19세 이상 20대 층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찬성하는 응답이 41.3%로 반대(30.6%)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는 점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호남에서 그만큼 문재인 대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다는 반증이다. 호남민 중에서도 60대 이상에선 거의 새누리당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20대들의 경우엔 문 대표가 이도저도 아니고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를 끌고 가는 것같은 상황 자체가 짜증나는 거다. 차라리 사퇴 하고 제대로 전대(全大)를 치르면 뭔가라도 끝이 날 수 있을 텐데, 이 상황이 계속되는 것에 짜증나고 질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만 문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게 아니다. 당은 이미 반쪽이 났고, 당무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비주류 대표격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악마를 이기지 못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퇴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 참석을 거부했다. 비주류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주승용 최고와 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당무를 거부했기 때문에 사실상 최고위는 정치적으로 무너졌다. 당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민생본부장 역시 당직 사퇴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파들의 모임인 ‘통합행동’도 긴급 회동 후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이석현·원혜영 의원 등 중진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선, 대표가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큰 흐름을 이뤘다. 비주류 의원 15명이 결성한 ‘구당모임’ 측은 성명을 내고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승리가 어렵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야권 대통합과 혁신을 통해 제1 야당이 거듭나기 위해 문 대표가 혁신전당대회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문 대표의 사퇴를 재차 압박했다. 문 대표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그러나 문 대표는 완강하다.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에 “분열하는 제안은 절대 못 받는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 카드를 흔들지만 절대 탈당할 수 없을 것으로 믿는 눈치다. 오히려 “안 의원은 새정련의 창업주”라며 당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문 대표가 이번 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안 의원이 다음 주 탈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압박하고 있다. 안 의원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1차로 7~8명, 또는 10명 안팎의 의원이 동반 탈당하고, 2·3차까지 20~30명 정도가 새정치연합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호남의원들이 많이 탈당할 것 같다”고 했다. 이래도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느냐는 엄포다.
 문 대표는 사퇴 압박에 버티면 버틸수록 위상에 금이 가는 형국이다. 3년 전 90%의 지지를 보냈던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은 문 대표에게 치명상이다. 그 배경을 보면 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박원순·안철수 3인 공동지도부’ 구상이 결정타 노릇을 했다. 세 사람 모두 부산-경남 출신인데 새정련의 텃밭인 호남을 완전 소외시킨 것이다. 문 대표는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