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퍼주기’ 심판
  • 김용언
‘공짜 퍼주기’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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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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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영국 노동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보수당과 초박빙 승부를 펼칠 것으로 평가됐다. 부자 증세, 복지 확대 등 포퓰리즘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먹힐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노동당 참패’, 좌파의 몰락이다.
 이어 아르헨티나 대선과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10년 이상 집권해온 좌파 포퓰리즘 정권들이 심판을 받았다. 포퓰리즘 복지에 현혹됐던 유권자들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우파 정당을 선택한 것이다. 남미의 좌파 정권 벨트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축복 받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남미의 진주’로 불렸다. 20세기 초 세계 5대 부국에 속했지만 페로니즘으로 상징되는 포퓰리즘 때문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1946년 후안 페론의 집권 이후, 아르헨티나는 ‘성장 대신 ‘분배-퍼주기’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최근 8년 동안에만 공무원이 28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늘어났다. 경제는 제로 성장, 인플레이션은 30%대, 작년부터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상태다.
 11월 22일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마침내 ‘반(反)포퓰리즘’을 선택했다. ‘성장’을 내건 보수 야당 후보인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당선된 것이다. ‘페론주의 70년’이 마침내 종말을 고했으며,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로 상징되는 에바 페론의 무한 복지는 철퇴를 맞고 말았다.
 베네수엘라 하면 ‘우고 차베스’부터 떠오른다. 강경 좌파 성향의 육군 중령 출신인 차베스는 1998년 대통령에 당선돼 15년개 집권, 석유·철강 등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저소득층 분배를 중시하는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며 남미의 반미(反美)·좌파 벨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런 기조는 차베스가 암으로 사망한 이후에도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로 이어졌다. 그러나 외채 급증과 유가 폭락 등으로 국가 재정이 크게 나빠지면서 민생고가 깊어지자 지난해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다.

 지난 6일 실시된 국회의원선거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무능한 좌파를 심판했다. 임기 5년의 국회의원(단원제) 167명을 뽑기 위한 총선에서 12개 야당 연합체인 민주통일라운드테이블(MUD)이 중간집계 최소 99석을 얻어 46석에 그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제치고 원내 다수당을 차지한 것이다.
 영국과 남미에서 유권자들로부터 냉엄한 심판을 받은 복지 포퓰리즘이 유독 대한민국에서 만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같은 현금 퍼주기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은 취업 절벽에 사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짜 복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청년수당에 대해 반대가 54%였고 찬성은 37%였다.
 국민은 현금을 퍼주는 포퓰리즘보다 청년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가장 많은 국민이 꼽은 것은 ‘청년 취업 등 일자리 창출’(38%)이다. ‘복지 확충’(17%)은 한참 뒤처졌다.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정부의 노동 정책 우선 방향에 대해 ‘청년 일자리 확대’(73%)가 ‘정년 연장’(15%)을 압도했다. 청년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는 근로기준법·기간제법 등 노동 개혁 법안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노동 개혁 법안은 야당 반대에 막혀 좌초 위기에 있다. 그러면서 꺼내 든 게 청년 들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나눠주는 ‘청년수당’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청년수당을 반대하는 정부는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수당’은 오로지 20대만 지지한다. 찬성이 53%. 그러나 50·60대뿐 아니라 30·40대도 모두 반대가 많다.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표가 청년수당에 집착할 때 20대 이외의 세대는 고개를 돌려버린다는 얘기다. 더구나 20대에서도 39%가 청년수당에 반대다. 우리 국민들도 영국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유권자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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