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효과 내는 친박의 ‘진실한 사람’ 마케팅
  • 한동윤
역효과 내는 친박의 ‘진실한 사람’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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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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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진박, 박근혜 대통령 적당히 팔아라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난데없이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앙일보가 “총선 전 친박계가 신당을 꾸려 여야 4당 체제로 선거를 치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친박계 중진의 입을 빌려 27일 보도한 것이다. 웬 난데없는 새누리당 분당설인가?
 새누리당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비박계 의원이 최근 송년 모임에서 “친박계는 여야 두 당씩의 4당 구도로 선거를 치르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올인하는 쟁점 법안이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비박계와의 대립이 거칠어질 경우 친박계와 ‘진실한 사람’들이 새롭게 당을 꾸릴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는 게 새누리당 분당론의 근거다. “야당은 정리할 일만 남았지만 여당은 터질 일만 남았다”는 정두언 의원 발언도 소개했다.
 분당 가능성이 높다기보다 박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경제살리기와 노동개혁 입법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실패할 때, 그리고 비박계의 반대로 내년 총선 영호남 물갈이가 친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친박이 비박계와 결별한다는 일종의 시나리오다.
 최근 친박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 ‘탄핵’으로 촉발된 기류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했지만 곧 이어 20대 국회의원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친박이 김무성 대표로 상징되는 비박을 향한 압박이 집요하다. ‘전략공천’을 통해 영남권에 ‘친박’을 심겠다는 의지다.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온 게 ‘진실한 사람’ ‘진박’(眞朴) 논란이다.
 ‘진실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향해 던지는 시종일관된 ‘화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치권으로 돌아가는 최경환 부총리 등 장관들에게 현 정부를 계속 뒷받침 해달라는 의도로 “한결같은 사람이 돼달라”고 요청한 데서 출발한다. “옛말에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편단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야당의 경제살리기와 노동개혁법안 발목잡기를 비판하며 ‘총선 심판론’을 제기했을 때도 ‘진실한 사람’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은 지난 19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대구 동구을)에 도전장을 낸 이재만 전 동구청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꽃을 피웠다. 개소식에는 홍문종 의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이장우 의원, 김철기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인제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은 축전을 보냈다. 홍 의원은 “국가가 어려운 이때 대통령과 같이 일할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고 했다. 조원진 의원도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 헷갈리는데 제가 가는 곳에 계신 분들이 진실한 사람”이라며 이 전 청장을 지지했다. 이장우 의원도 “신의가 없는 사람과는 함께 가기 어렵다”며 “이 전 청장은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 진실한 사람”이라고 응원했다. 윤상현 의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부친 상가에서 아예 ‘TK 물갈이’를 언급했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는 “친박 핵심들이 여기저기에서 신당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불쾌해했다. 김 대표에게 ‘당이 쪼개질 수 있으니 우리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이라며 항복을 요구하는 협박에 가깝다는 게 비박계의 분석이다.
 친박의 ‘진실한 사람’ 마케팅이 영남권에서 먹힐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지지도가 60%를 훨씬 웃도는 대구·경북에서는 친박의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한 사람’ 타령은 그 밖의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누님 덕을 보려는 ‘시스터 보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박’을 자처하는 홍문종·윤상현 의원의 언행도 문제다. 특히 친박계의 대표적 ‘빅 마우스’로 불리는 홍 의원은 트러블 메이커로 통한다. 그는 지난 11월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국무총리’라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했다. 청와대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면박을 줬다. 최근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험지출마론’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에게 “본인이 먼저 솔선수범하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홍 의원의 빅 마우스 때문에 친박조차 그를 꺼려하고 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홍 의원을 두고 “분위기도 모르고 말을 막 하니 다른 친박들이 부담스러워 최근엔 친박 모임에 부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상가에 찾아가 ‘TK 물갈이’를 언급한 윤상현 의원도 마찬가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친박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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