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는 자기변명일 뿐
  • 한동윤
‘흙수저’ 는 자기변명일 뿐
  • 한동윤
  • 승인 2015.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서울대 2학년생 서모군(19)이 지난 18일 오전 3시 58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관악구 신림동 4층짜리 상가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그는 투신하기 20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유서를 퍼뜨려 달라”며 글을 올렸다.
 서군은 투신에 앞서 자살을 예고하는 글에서 “나와는 너무도 다른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괴로워할 때 ‘다 잘 될 거야’ 식의 위로를 해봤자 오히려 독이 된다” 등 우울증과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적었다.
 이어 “정신적 귀족이 되고 싶었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금전두엽’이 아닌 ‘금수저’”라는 비판도 담았다.
 서군의 유서가 공개되자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계급갈등’과 ‘사회적 불만’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가 쏟아졌다. 마치 ‘금수저’들이 만든 불평등 때문에 우수하지만 ‘흙수저’인 서울대생이 목숨을 버렸다는 식이다. 과연 서군이 흙수저였을까? 과연 생존을 결정하는 것이 ‘금전두엽’이 아닌 ‘금수저’일까?
 서군이 자살한지 6일 만에 서군 부모가 인터넷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며. 이달 14일 서군은 렌터카를 빌려 친구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했고 처리과정에서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서군 부모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군의 한 친구는 자동차 사고에 대해 “이달 14, 15일 렌터카를 몰고 고교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가 주유소에서 접촉사고를 냈다. 친구들은 (수리비로) 자기부담금 50만원 외에 돈이 더 필요하다는 렌터카 업체 측의 말에 압박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서군 아버지도 “성인들에게는 큰 일도 아닌데 공부만 하다 보니 세상물정을 몰라 혼자 끙끙 앓았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서군 자취방에서 약봉지와 메탄올이 들어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 병을 발견했다. 서 군은 우울증을 앓아 온것으로 알려졌다. 서군은 자살 직전 메탄올을 마셨다고 유서에 쓰기도 했다.
 서군은 서울의 한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대통령 장학생으로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다. 그의 부친은 대학 강사이고 모친은 중학교 교사다.
 그는 유서에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꼽으라면 하나는 작년 가을 무작정 여권 하나 들고 홀로 일본을 갔다 온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제주도에서 돌아온 다음 날의 일”이라고 썼다.
 서군이 흙수저라면 무작정 여권 하나 들고 홀로 일본엘 가거나, 제주도 여행은 물론 렌터카를 빌려 강원도 여행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서군이 스스로 흙수저라 했지만 그는 결코 흙수저가 아니다.
 서군의 유서에 나오는 지인(누나)은 이렇게 썼다. “너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너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한다. 언론에서는 이때다 싶어 네 죽음을 ‘수저론’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환원시킨다”며 “너를 질식시킨 것은 그놈의 흙수저가 아니라, 고민을 털어놓아도 매번 소득 없이 돌아오는 공허한 말들이었을 텐데”라고 했다.
 아마 서군의 누나가 서군의 죽음을 가장 정확하게 본 게 아닐까? “ 이때다 싶어 네 죽음을 ‘수저론’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환원시킨” 언론에 대한 비판이 준열하다. ‘흙수저론’으로 계급갈등을 부추긴 사람들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서군의 부모가 인터넷에 올린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는 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Chae Young Gil)은 “개 같은 언론에 개 같은 흙수저 금수저의 논란.
 서울대생이 흙수저면, 내 아들은 죽어도 몇번 죽어야 했다. 변변찮은 지방대학에 등록금이 없어 융자를 받아 간신히 졸업했다”라며 소위 흙수저론을 비판했다. ‘흙수저’는 비겁한 자의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도전과 경쟁을 두려워하는 자의 도피처가 ‘흙수저’다. 이런 흙수저들에게는 ‘은수저’‘금수저’가 될 기회는 애당초 주어지지 않는다. 새해에는 ‘그놈의 흙수저’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